개학(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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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추어탕
2013.08.21 수요일 이틀 전 개학날, 빨리 학교에 가고 싶다던 마음과 다르게 몸이 탈 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개학날 다시 만난 반 친구 인사말이 "너 방학 지나고 다크서클이 정말 진해졌구나!"였다. 쉬는 시간엔 복도에서 2학년 때 담임 선생님과 마주쳤는데 "상우야, 너 왜 이렇게 몸이 자꾸 말라가니?" 하셨다. 마치 끔찍한 것을 본 듯, 눈쌀을 찌푸리시는 선생님의 걱정스런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걸을 때도 중력이 더 강해진 것처럼 자꾸 주저앉으려 하고, 하다못해 책가방을 맨 어깨에 멍이 들었으니! 집으로 돌아와 나는 풀썩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 팔굽혀펴기를 해 보려고 끙끙 용을 썼지만, 팔에 힘이 하나도 주어지지 않아 다시 벌렁 쓰러졌다. 요즘 기가 허하고, 힘이 없고, 자꾸 잠만 자려 하는 문..
2013.08.24 -
우리 가족 발 도장 찍는 날!
2011.08.28 일요일 오늘은 나에게는 개학하고 맞은 2번째 휴일의 마지막 날이었고, 동생에게는 개학 전날로 밀린 방학숙제를 한번에 해결해야 하는 힘든 날이었다. 내가 영우만 할 때 주로 했던 방학 숙제는, 온통 빽빽하게 쓴 원고지 몇 장과 글투성이였는데, 영우는 종류도 다양했다. 시 모음집, 일기, 독서록, 환경 기록장, 건강 달리기 체크하기, 특히 4절 도화지에 가족들의 손도장, 발도장을 물감으로 찍어가는 숙제를 했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두 모여 한 방에 네모나게 둘러앉았다. 가운데는 아무것도 없는 깨끗한 백지가 놓여 있었다. 나는 감격스러웠다. 사실 가족이 이렇게 둘러앉은 것도, 밥 먹을 때 빼고는 거의 없었다. 아니, 아빠는 얼굴 보기가 어려웠고 어쩌다 얼굴을 보아도 항상 피곤한 듯, 인상을 ..
2011.08.30 -
다시 만난 학교
2010.02.02 화요일 오늘은 드디어 개학을 하는 날이다. 이번 방학은 유난히 길고도 짧았다. 오랜만에 아침 시간에 밖에 나와서 신선하고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니, 폐가 갑자기 첫 숨을 쉴 때처럼 놀라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오후에만 나다니다가 갑자기 아침에 나와서 그런지, 바람이 볼을 찰싹찰싹 쓰라리게 하고, 옷을 두껍게 입었는데도 소매하고 품 안으로 바람이 어느새 들어와 있었다. 5단지에서 나오니 꼭 동물들이 대이동을 하듯이, 삼숭초등학교 학생들이 한길로 우르르 몰려가는 모습은, 심장이 뛰도록 흥겹고 신이 났다. 바람이 매섭게 핏발이 선 날씨였지만, 나와 같이 배우러 가는 친구와 학생들이 있다는 생각에 기쁘고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학교 언덕 밑 교문에서는 1,2단지 쪽 횡단보도에서 건너오는 아이들..
2010.02.04 -
다시 듣는 수업
2009.09.05 토요일 어제 기침을 많이 해서 수업에 빠졌기 때문에, 오늘에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수업 시작하기 바로 전, 나는 빨리 수업이 듣고 싶어 온몸이 떨렸다. 그동안 학교는 신종플루라는 녀석 때문에, 개학을 하고도 본격적인 수업을 하지 못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이번 주만 잘 넘기면, 아마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을까 희망하면서 읽기 책을 쓰다듬었다. 내 주위엔 나처럼 수업에 목이 말라 눈을 반짝거리며 기다리는 애들도 보였지만, 수업이 그리 기다려지지 않는지 엎드려서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틱톡~ 두드리고, 피곤한 듯 축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수업준비를 하는 아이도 있었다. "자, 모두 읽기 책을 펴세요!" 오랜만에 듣는 선생님의 밝은 목소리가, 오늘 첫 수업..
2009.09.08 -
개학을 한 뒤 달라진 것
2009.02.05 목요일 오늘 아침에는 하얀 눈이, 소금을 솔솔 뿌리는 것처럼 내렸다. 눈은 잠바에 닿아도 스르르 녹지 않고, 통통 튕겨나갔다. 아직은 어두침침한 길, 하나, 둘씩 소금 눈을 맞으며 걷던 아이들이 자꾸 모이고 모여서,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듯 학교 가는 길은 붐비고 활기 넘쳤다. 어제 우리 학교는 개학을 했다. 아이들은 명절날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맘 놓고 떠든다. 교실 창문으로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소리가, 짹째재잭 봄을 맞은 새소리 같다. 우리 반은 담임 선생님께서 어학연수 갔다가 아직 돌아오지 않으셔서, 체육 선생님이 임시 담임 선생님을 맡으셨다. 나는 우리 선생님을 볼 수 없어 마음 한쪽이 너무 쓰렸지만, 꾹 참고 선생님의 이름을 먹칠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임시 선생님의 수업..
2009.02.06 -
전화
2009.01.14 수요일 내일이면 담임 선생님께서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가신다. 연수 기간이 길어서 개학을 해도 선생님 얼굴을 뵐 수가 없게 된다. 오늘이 아니면 방학 중엔 더 연락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나는 용기를 내어 선생님 전화번호를 눌렀다. "띠리리리릭~ 띠리리리릭~" 전화벨 소리가 꽤 오래 울렸는데도, 선생님께서는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 '아, 역시 바쁘시구나!' 하고 전화기를 끄려는데, 갑자기 '탁~' 소리가 나더니, 선생님이 다른 누군가에게 뭐라 뭐라 하시고 나서 숨 가쁘게 "네~ 누구세요?" 하셨다. 나는 떨리는 소리로 "선생님, 저 상우예요!" 했다. "어? 상우니?" 선생님은 깜짝 부드럽게 끝말을 올리셨다. "선생님, 바쁘신가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래~ 상우도 ..
2009.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