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는 방학식

2009. 7. 18. 08:50일기

<정신없는  방학식>
2009.07.17 금요일

선생님께서 방학을 맞이하여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교육 동영상을 보여주시는데, 그걸 주의 깊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반 전체가 앞뒤 사람, 옆 사람과 섞여서 떠들고, 심지어는 일어서서 떠들었다.

그 소리가 합쳐져서 "에붸뢰붸~ 와워워워~ 쁘지지~" 꼭 외계인 소리 같기도 하고, 라디오 주파수가 잘못 잡힐 때 생기는 잡음처럼 교실 안을 꽉 메웠다. 한참 안전사고 수칙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는, 난데없이 "저 집 핫도그 맛있어! 빨리 방학이 왔으면~!" 하는 말소리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교실 벽에 걸린 시계는 고장 났고, 우리 반은 스피커가 없어서 쉬는 시간 종소리가,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묻혀 가물가물하였다. 앞뒤사람과 전화번호를 받아적고, 집에서 싸온 푸짐한 간식을 먹는 시간이 되자, 교실 안은 고삐 풀린 멧돼지들이 밥을 먹는 것처럼, 우글우글 뒤룩거리는 소리로 터져나가는 줄 알았다.

교장 선생님의 방학식 연설이 TV로 나오자, 역시 스피커가 없어서 교장 선생님 소리는 모기만 하게 들리고, 지루해진 아이들은 대포 쏘는 기세로 또 떠들었다. 이제 화면 안에는 우리가 이렇게 떠드는지 모르며 연설하시는, 교장 선생님에 해맑게 방글방글 웃는 얼굴만 커다랗게 떠오르고, 교실은 술집처럼 난장판이 되었다. 입은 굳게 다문 채, 점점 백지장처럼 하얘지는 우리 선생님의 참담한 얼굴을 보며, 아, 드디어 선생님께서 폭발하시겠구나! 하고 나는 초조해졌다.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끝까지 기적적인 인내심을 발휘하셨다. 오직 방학이니까 봐준다! 하는 일념으로. 방학식이 끝나고 나는 일인 일역으로 맡은 계단 청소를 하였다. 함께 청소를 하기로 한 여자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 가버리고, 현식이는 바이올린 한다고 가버리고, 상진이는 위층에서 다른 반 친구랑 놀았다. 할 수 없이 혼자서 계단을 빗자루로 몇 번씩 싹삭 쓸고, 청소도구를 제자리에 논 다음, 마침 교실에 혼자 계신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나왔다.

"선생님 1학기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선생님도 아주 따뜻하게 웃으시며 "상우야, 잘가, 방학 끝나고는 건강해져서 보자!" 하셨다. 교실을 나오며,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의 멋진 연설 뒤, 아이들의 이슬 같은 눈물로 방학식을 마치고, 학교를 나올 때는 아쉬운 마음에 손을 흔드는, 그런 그림을 그리며 왔던 내가 어이없어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다시 빗방울도 후루룩 떨어지기 시작했다.

정신없는 방학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