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보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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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법에 무너지다
2009.06.17 수요일 오늘 낮 우리 학교 강당에서, 방송국에서 나와 '퀴즈 짱'이라는 프로를 녹화하였다. 학교별로 퀴즈 대회를 열어서 우승자를 뽑고, 우승자들끼리 모여 왕중왕을 가리는 TV프로라고 한다. 난 방송국에서 나누어 준 모자를 쓰고 맨 앞줄에 앉았다. 행운의 7번을 달고! 4, 5, 6학년 100명이 모여 시작했는데, 어느덧 자리는 깎아버린 잔디처럼 듬성듬성 비어가고, 16명 정도가 남았다. 나는 내가 여기 끼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스스로 아무런 대비 없이 이 자리까지 왔다는 것이 대견스럽기도 했다. 그렇지만, 진행 중간마다 아나운서 아저씨가 "와~ 이름이 정말 멋있네요!" 하며, 내 이름이 어떤 유명 배우랑 같은 것을 강조했고, 아이들이 그게 무슨 대단한 일인 것처럼 우와~ 탄성..
2009.06.19 -
아쉬운 독서 골든벨
2008.11.26 수요일 난 아침부터 설사를 심하게 하느라 지각하고 말았다. 아직 1교시가 시작되기도 전인데, 벌써 강당으로 가려고 우리 반은 복도에 나와 줄을 서 있었다. 선생님께서 "상우, 왜 이렇게 늦었어? 빨리 가방 교실에 놓고 줄 서라!" 하셨다. 오늘은 독서 골든벨이 열리는 날이다. 지난주, 각 반에서 예선전을 통과한 5명의 선수가 모여, 2학기 동안 학교에서 정해준 골든 도서 목록을 읽고, 얼마만큼 소화했는가 겨루는 결승전이다. 전교생이 강당에 둘러싸인 가운데 결승 진출자들이 중앙으로 차례로 들어섰다. 나는 배정받은 번호, 71번이라고 쓰여있는 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우리 반 경훈이, 익선이, 김훈, 석희와 함께, 자랑스럽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았다. 나는 해리포터에 나오는 퀴디치(날아다..
2008.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