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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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 녹이기
2007.11.12 월요일 나는 2교시 과학 시간에 있을 가루 녹이기 실험을 앞두고 책상 위에 내가 준비해 온 가루들을 나란히 늘어놓았다. 엄마가 조그만 비닐봉지마다 가루를 넣고 이름을 붙여 주셔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가루 학자가 된 기분으로 가루 봉지를 요리조리 주무르고 찔러 보았다. 소금과 설탕은 알갱이가 굵어서 유리 파편처럼 뾰족해 보였고, 베이킹 파우더는 둥실둥실해 보였고, 밀가루는 조금만 봉지를 건드려도 주르륵 금이 갔는데 소다는 아무리 건드리고 주물러도 갈라지지 않았다. 이 많은 가루들을 한 번씩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보고 싶은 마음도 들고, 한데 섞어서 부글부글 마법의 약을 만들어도 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참고 수업 시간을 기다렸다. 우리 6모둠은 주로 소금을 많이 가져왔..
2007.11.12 -
2006.11.01 집현전 헌책방
2006.11.01 수요일 오늘은 집현전 헌책방이라는 아빠의 친구로부터 알게 된 레코드 가게에 갔다. 나는 레코드 가게라는 소리만 듣고 아주 삐까 뻔쩍한 가게인 줄 알았는데, 모양새가 아주 촌스럽고 옛날식 작고 평범한 집이었다. 그 안에는 먼지가 소복하게 쌓여 있는 옛날 책들이 있었다. 하지만 레코드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레코드판은 책방 바깥에 플라스틱 박스에 차곡 차곡 쌓여 있었다. 아빠와 엄마는 나란히 허리를 구부리고 굶은 사람들이 음식을 고르듯이 허겁지겁 레코드판을 고르는 동안 나와 영우는 요때다 하고 만화책을 잽싸게 골라 읽었다. 책방 안은 미로 같았다. 책장을 밀면 또 다른 책장이 나오고 또 밀면 또 나오고 '혹시 조선시대 집현전이 이렇지 않았을까?' 나는 갑자기 집현전 학자가 된..
2006.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