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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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하얀말
2013.05.13 월요일 수학여행 첫날 점심을 먹고난 뒤, 제주도 산기슭에 올라 승마체험을 하였다. 내가 탄 말은 몸이 하얗고 엉덩이에 갈색 반점이 박힌 말이었다. 제주도의 말은 다른 곳의 말보다 작다고 들었는데, 직접 말에 올라타 보니 어린 시절 아빠 어깨에 무등을 탈 때 만큼 높이 느껴졌다. 말은 생각보다 키가 컸고, 말과 땅 사이의 거리도 생각보다 높았다. 종아리부터 엉덩이까지 꿈틀거리는 말의 체온이 전해져서, 차나 버스 같은 이동 수단과는 달리 살아있다는 느낌이 온몸에 강하게 퍼졌다. 말이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온몸이 위아래로 흔들렸고, 특히 헤드셋을 끼고 비트감이 강한 음악을 감상하며 고개를 흔드는 사람처럼 말은 머리를 계속 위아래로 움직였다. '뚜부닥, 뚜부~' 소리가 말 발이 땅과 ..
2013.05.25 -
달리기의 여왕
2009.06.24 수요일 1교시 체육 시간, 우리 반은 여느 때처럼 운동장에서 단계별로 기초 운동을 시작했다. 우리는 요즘 한창 기말고사 준비를 하느라 피곤한 탓인지, 모두 찌뿌드드한 표정으로 기초운동을 해나갔다. 게다가 날씨는 어떤가? 습기 한 점, 구름 한 점 없고, 따가운 햇볕에 닿는 부분은 살이 타들어가 까맣게 재가 되는 것 같았다. 특히 철봉을 만질 땐 불로 달군 쇠를 잡는 것 같이 코끝이 일그러졌다. 그러자 체육 선생님께서는 시들시들 시금치처럼 늘어진 우리를 모이게 해서, 남자, 여자 나란히 줄을 세워 운동장 중간으로 데려가셨다. 그리고는 앞줄에 선 아이들이 "이어달리기를 해요~" 하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나는 곧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제발 안돼! 얘들아, 이어달리기만은~ 너희들 나 ..
2009.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