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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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꽃, 카페 '그'
2013.11.28 목요일 ! 이 두가지 키워드로, 나는 카페 '그'를 찾아 갔다. 저녁 6시, 생전 처음 와보는 방화역에서 내려, 한 500 미터쯤 다리 사이를 붙이고 추운 몸을 잔뜩 움추린 채로 어기적어기적 걸었다. 걷다가 걷다가 쭈꾸미 마을이라는 식당이 보였고, 오른쪽 골목으로 쏙 들어가니 카페 '그'가 보이고, 카페 '그'가 보이는 건물 옆, 나란히 붙어 있는 넓은 집 대문에 '새들도 둥지가 필요하다. 하물며, 카페 '그' 여기 사람이 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저녁 칼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우리 가게 생각이 났다. 우리 가게에도 저런 푯말이 걸려있었다. 아니, 건물 담벼락 자체를 피 끓는 현수막으로 무장시켰었지. 현수막을 보니, 그당시에 내가 느꼈던 기분도 다시 떠올랐다. 애써..
2013.11.28 -
어떤 소나무 - 상우가 쓴 이야기
2008.02.23 토요일 어떤 가난한 집에 소나무로 만든 책상이 있었어요. 그 책상은 집안에 있는 다른 물건들을 무시하고 깔봤어요. 그러면서 우쭐거리며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예전에 아주 좋은 곳에서 살았지. 이 작은 집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곳이었지. 나는 거기서 울창하게 다른 소나무들과 어울려 살았지. 키는 구름에 걸리고, 산속 제일 높은 곳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살았지. 우리 소나무 가문은, 보통 나무들과 다른 아주 귀한 가문이었어. 다른 나무들은 가난해서 나무들이 입는 가장 좋은 옷인 초록색 옷을 1년 동안 계속 입을 수가 없었어. 하지만, 우리 소나무들은 부자라서 일년내내 푸른색 옷을 입을 수가 있었지. 게다가 우리는 아침에 일어날 때, 새벽에 제일 먼저 만들어진 신선한 이슬을 마셨지. 너..
2008.02.24 -
2006.07.04 할아버지
2006.07.04 화요일 우리는 고려대 병원에 가서 응급실을 찾았다. 먼저 도착한 삼촌이 대기실 문 앞에서 어딘가에 전화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니까 빈 병원 침대 위에 할머니가 창백한 얼굴로 앉아 계셨다. 엄마와 할머니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할아버지가 검사를 마치고 침대에 실려 나오셨다. 할아버지는 온 몸에 링겔 바늘을 꼽고 눈을 가늘게 뜨고 계셨다. 마치 비가 오면 꺼질 것같은 촛불처럼 할아버지는 힘없이 누워 계셨다. 할아버지가 점심을 잡수시고 바람을 쐬러 산에 올라 갔다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것이다. 의사 선생님이 가족들을 불러 모아 할아버지 뇌 사진을 보여 주셨다. 할아버지의 왼쪽 뇌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뇌경색이라고 하였다. 나는 너무 조마 조마하여 가슴이 쿵 쿠르릉 ..
200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