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련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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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하얀말
2013.05.13 월요일 수학여행 첫날 점심을 먹고난 뒤, 제주도 산기슭에 올라 승마체험을 하였다. 내가 탄 말은 몸이 하얗고 엉덩이에 갈색 반점이 박힌 말이었다. 제주도의 말은 다른 곳의 말보다 작다고 들었는데, 직접 말에 올라타 보니 어린 시절 아빠 어깨에 무등을 탈 때 만큼 높이 느껴졌다. 말은 생각보다 키가 컸고, 말과 땅 사이의 거리도 생각보다 높았다. 종아리부터 엉덩이까지 꿈틀거리는 말의 체온이 전해져서, 차나 버스 같은 이동 수단과는 달리 살아있다는 느낌이 온몸에 강하게 퍼졌다. 말이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온몸이 위아래로 흔들렸고, 특히 헤드셋을 끼고 비트감이 강한 음악을 감상하며 고개를 흔드는 사람처럼 말은 머리를 계속 위아래로 움직였다. '뚜부닥, 뚜부~' 소리가 말 발이 땅과 ..
2013.05.25 -
할머니와 동물원에 간 날 - 1탄
2010.05.02 일요일 과천 동물원 입구에서 표를 내고 들어서니 "아, 이제 동물원에 확실히 왔구나!"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우리 가족은 아침 내내 엄마가 싸주신 도시락을, 한 배낭씩 둘러메고 지하철을 타고 대공원 역에서 할머니와 만나, 동물원으로 향했다. 그 길이 너무 멀어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코끼리 열차를 타고 매표소 입구까지 가는 길은, 상쾌한 오월의 바람에 가슴이 빵~ 부풀어 터질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눈부셨다. 오랜만에 갠 날씨는 100년 만에 경험한 것처럼 푸르고 새로웠다. 동물원에 들어서자 간판 문이 눈에 띄었고, 물소와 기린을 볼 수 있는 전망대와 분홍빛과 하얀빛이 우아한 홍학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홍학 옆에는 기린이, 긴 목과 다리를 쭉 뻗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특..
2010.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