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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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
2009.05.03 일요일 여기는 연천 구석기 축제 행사장이다. 구석기 시대에 살았던 원시인들의 생활 모습을 그대로 보존해 놓은 곳인데, 어린이날을 맞아 엄청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행사가 열린 넓은 잔디와 꽃밭에는 벌떼처럼 사람들이 모여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요리조리 다니며 구경하다가, 구석기 시대 움막이 세워진 풀밭에서 연극을 한 편 대충 보고 난 후, 간단한 퀴즈 대회를 연다고 해서 구경하는 아이들 틈에 끼어들었다. 북이 울리고 원시인 분장을 한 사회자 아저씨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이 연극에 나왔던 두 부족의 이름은 무엇과 무엇입니까?", "오스트랄로족의 남자가 피테쿠스족의 여자에게 청혼할 때 선물한 것은?", "이 아저씨의 몸무게는?" 하는 문제들을 내었다. 나는 답을 맞히지 못하다가 ..
2009.05.06 -
2007.08.17 무궁화
2007.08.17 금요일 피아노 학원 가는 길에 나는 잠시 멈추었다. 그 이유는 무궁화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 오늘은 왠지 평소보다 화사하고 예쁜 분홍색 무궁화가 지도 공원 언덕에 듬성듬성 피어있었다. 한 여름에 눈부신 핑크색 무궁화라! 황금색 태양과 공원을 뒤덮은 초록 나무와 잔디가 어우러져 더욱 예쁘고 상큼했다. 나는 무궁화를 한동안 바라보며 생각했다. 무궁화가 왜 우리 나라 꽃으로 선정되었는지 알 것도 같았다. 무궁화에서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빛과 냄새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무서워하는 벌이 날아와도 상관치 않고 무궁화를 바라보다가 '앗차!'하고 피아노 학원으로 달려갔다.
2007.08.17 -
2006.08.10 친선 경기
2006.08.10 목요일 오후 4시 30분이 되자 학교 앞으로 감독님의 버스가 도착하였다. 우리 팀은 감독님 버스를 타고 백석 잔디 광장으로 가서 백석 초등학교 축구반과 친선 경기를 하였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 나와 똑같은 번호를 가진 선수와 악수를 하였는데 그 아이가 욕을 하지 않고 "잘 해보자!" 라고 하였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 나는 수비수로 들어갔다. 그리고 몇 분 뒤에 선수를 교체하였다. 나는 후반전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내 차례가 돌아왔다. 그런데 나는 운 좋게도 골을 넣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프사이드였다. 하지만 나는 기뻤다.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형들도 인제 나를 좀 인정해주는 것 같았다. 경기는 4:0 으로 이겼다. 버스에 타서 가는 내 마음은 뿌듯했다.
200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