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기침(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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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갔다 오는 길
2010.12.27일 월요일 "띵동! 권상우, 권상우 손님께선 들어와 주십시오!" 하고, 내 차례가 되었음을 알리는 소리가 작은 전광판에서 작게 흘러나왔다. 아파서 며칠을 씻지 않은 나는 꼬재재한 모습으로 제1진료실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눈빛은 조금 날카로우며 얼굴이 동그란 여의사 선생님께서 앉아 계셨다. 의사 선생님은 꼭 만화영화에서 본 듯한 분위기였고, 왠지 커피를 홀짝이며 마실 것 같았다. 나의 열감기는 3일 전인가? 친구들과 외박을 하며 진탕 놀고 돌아온 다음 날부터 시작되었다. 친구들과 밤을 새우고 놀아서 집으로 돌아온 나는 오후부터 저녁까지 잠을 쓰러진 듯이 잤다. 그런데 일어나니 몸이 엄청 무겁고 머리가 꼭 야구방망이로 얻어맞은 것 같이 아프고 뜨거웠다. 그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꼭 기름을..
2010.12.29 -
장래 희망
2009.11.09 월요일 우리 반은 지난주, 말하기 듣기 쓰기 시간에 이란 시를 공부했다. 이 시의 내용은 이렇다. 아버지가 문 짜는 공장 직공인 주인공은, 사회시간에 장래 희망을 발표한다. 나도 아버지의 직업을 물려받아 문 짜는 기술자가 희망이라고. 그러자 반 아이들이 그게 무슨 희망이냐고 모두 비웃는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앞뒤 생각 없이 대통령, 국회의원, 의사, 변호사 하는 것보다 백배, 천배 나은 꿈이라며 칭찬하시고, 주인공은 그제야 어깨를 편다는 내용의 시다. 그리고 숙제로 똑같은 제목의 시를 써서 오늘 발표하기로 했다. 드디어 선생님께서 "90쪽 펴기 전에 지난번에 했던 숙제 89쪽 펴보세요! 자아~ 9번!" 하셨다. 마침 내가 딱 걸렸다. 나는 내가 공들여 쓴 장래 희망이란 시를 더듬더듬 ..
2009.11.10 -
매운맛은 싫어!
2009.11.05 목요일 이른 저녁 아빠와 상가 병원에 갔다가, 상가 2층 식당에서 뼈 해장국을 먹었다. 그런데 밥을 다 먹었을 때쯤 갑자기 잔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잔기침을 없애는 데는, 매운 음식을 먹는 것이 도움된다고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났다. 그래서 나는 눈앞에 보이는 반찬 그릇에 담긴 파란 고추 중에, 내 셋째 손가락만 한 크기의 제일 작은 고추를 하나 집어들었다. 이제 된장에 푹 찍어서 한입 뿌드득~ 베어 물었는데, 그 순간은 푸릇푸릇한 고추가 맛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씹으면 씹을수록 뭔가 맛이 쓰고 이상했다. 난 속으로 '애걔걔, 내가 벌써 12살인데 겨우 이런 고추 하나를 못먹나?' 하며 더욱더 꽈직꽈직~ 씹어먹었다. 쓴맛이 점점 매운맛으로 변하더니, 그냥 매운 게 아니라 혀가 잘리는..
2009.11.07 -
잠을 잡는 모험
2009.07.19 일요일 이것은 지난밤, 내가 겪은 잠에 관한 흥미있는 이야기다. 나는 전에부터 잠들기 직전, 우리의 의식이 어떤 변화를 겪으며 잠드는지 궁금했었다. 그래서 나는 큰맘 먹고 잠자리에 들면서, 잠을 추적해보았다. 밤 1시쯤, 온몸의 감각을 풀고 이불을 배까지 끌어올려 덮은 다음, 침대에 반듯하게 누워 있기를 한참이 지났다. 나는 서서히 머릿속에 있는 여러 가지 방에 전깃불을 끄고, 가장 중앙 큰 방에 전깃불만 제일 약하게 틀어놓았다. 그러자 내 머릿속은, 어두운 우주에 아주 작은 별 하나가 가까스로 빛을 내듯이 가늘고 희미해졌다. 나는 계속 그런 상태로 간당간당하게 의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가끔, 감은 눈 속에 또 하나의 실눈을 뜨고, 이 몽롱한 상태를 '어리어리 몽롱롱' 상태라고 이름 ..
2009.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