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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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형과 걸으면 밤길이 무섭지 않아!
2011.02.03 목요일 '집합이... 부분 집합... 공집합에...' 나는 너무 심심해서 할아버지 댁 안방 의자에 앉아, 중학교 수학을 노트에 필기해보고 있었다. 그때 '비리비리비! 비리 비리비리~!' 하는 초인종 소리가 귀속을 파고들었다. 나는 '막내 고모네가 오신 건가?' 기대하며 현관으로 나갔다. 문이 열리더니 제일 먼저 막내 고모, 그리고 고모부, 나와 동갑인 혜영이, 그리고 내가 그렇게 기다리던 정욱이 형아가 모습을 나타내었다. 나는 정욱이 형을 보자마자 형아 등을 두드려주며 웃었다. 형아도 그러는 나를 보고 살며시 웃었다. 형아는 마지막으로 본 할머니 칠순 때랑 그다지 달라진 점이 없는 것 같았다. 머리카락이 조금 길었나? "안녕, 형아?", "그래, 안녕!" 거실에서 가족들이 인사를 나누..
2011.02.06 -
날씨가 추워져요!
2008.10.23 목요일 오늘,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놀랐다. 아침에 학교에 가려고, 아파트 입구를 나서며 경비 아저씨께 인사를 할 때, 갑자기 매서운 칼바람이 내 몸을 쓱~ 휩쓸고 갔다. 나는 너무 추워서 온몸이 핸드폰 진동처럼 즈즈즈즉 흔들렸다. 그리고 '후~' 숨을 한번 내뱉었는데, 입에서 입김이 눈보라처럼 흘러나왔다. 나는 속으로 '아! 그동안 그렇게 덥더니, 드디어 제대로 된 추위가 오는구나!' 생각했다. 깡 말라서 쪼글쪼글 비틀어진 나뭇잎들이 칼바람을 못 이기고 후두 두둑 떨어져 내렸다. 나는 다리를 오므리고 으으~ 하면서 걸었다. 영우는 아흐흐흐~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바람에 대항하듯,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걸었다. 자꾸 바람이 얇은 잠바 옷깃으로 스며들어 와서, 뼛속까지 관통하고 빠져나..
2008.10.24 -
2006.11.29 첫눈
2006.11.29 수요일 나는 오늘 첫눈이 내린지도 모르고 대문을 나섰다.그런데 학교 가는 길에 공원에 풀들이 온통 창백하고 희끗희끗 하였다.나는 아직도 잠이 덜 깨어 풀들이 얼어버린 줄 알았다. 가다가 성혁이를 만났다. "성혁아,오늘 풀들이 많이 얼었지?" 하니까 "야,눈이 온거야.몰랐냐?"하고 성혁이가 말해 주었다. 그래서 다시 둘러 보니 트랙도 꽁꽁 얼어 있었고,고인 물도 얼어 붙어 그 위에 흰눈이 쌓여 있었고, 하수구에서도 물 흘르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들판은 전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나뭇가지 위에 새둥지 위에도 샴푸 거품처럼 흰눈이 쌓여 있었다. 나는 잠을 완전히 털어내고 '으음,이제 진짜 겨울이로군!'하면서 학교를 향해 입김을 한 번 불고는 힘차게 걸어 갔다.
2006.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