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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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갔다 오는 길
2010.12.27일 월요일 "띵동! 권상우, 권상우 손님께선 들어와 주십시오!" 하고, 내 차례가 되었음을 알리는 소리가 작은 전광판에서 작게 흘러나왔다. 아파서 며칠을 씻지 않은 나는 꼬재재한 모습으로 제1진료실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눈빛은 조금 날카로우며 얼굴이 동그란 여의사 선생님께서 앉아 계셨다. 의사 선생님은 꼭 만화영화에서 본 듯한 분위기였고, 왠지 커피를 홀짝이며 마실 것 같았다. 나의 열감기는 3일 전인가? 친구들과 외박을 하며 진탕 놀고 돌아온 다음 날부터 시작되었다. 친구들과 밤을 새우고 놀아서 집으로 돌아온 나는 오후부터 저녁까지 잠을 쓰러진 듯이 잤다. 그런데 일어나니 몸이 엄청 무겁고 머리가 꼭 야구방망이로 얻어맞은 것 같이 아프고 뜨거웠다. 그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꼭 기름을..
2010.12.29 -
버스 정류장 찾아가는 길
2010.12.20 월요일 "은철아, 여기가 어디야?", "나도 몰라, 어헝헝~!" 어느새 해는 떨어지고 하늘은 주황색 감빛으로 물들었다. 금세 주위는 더 어두워지고, 도로 옆 숲에 숨어서 누군가가 우리를 몰래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붜우 워우~!" 도로 옆에 바로 난 기와집 마당에 묶여 있는 개들이 큰소리로 우리를 향해 짖었다. 나와 은철이는 서로 팔을 꼭 붙들고 "괜찮아, 저건 그냥 개야!" 위로하며, 개를 향해 답례로 동시에 "으루루루, 워워~!" 짖어주었다. 오늘 학교가 끝나고 나와 은철이, 지호는 모두 성환이 집으로 놀러 갔다. 성환이 집은 학교에서 몇 정거장 떨어진 곳에 있어서 버스를 타고 가야 했는데, 내가 타고 다니던 양주역까지 가는 마을버스와는 반대 방향이고 번호도 낯설었다. 처음엔..
2010.12.22 -
거짓말처럼 내린 우박
2010.11.08 월요일 오늘은 학교 수업이 끝나자, 친구들은 축구를 하는 대신에 카드 게임을 하러 우르르~ 어디론가 몰려갔다. 나는 카드가 하나도 없어서 혼자 오랜만에 일찍 집으로 향했다. 5단지 쪽의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하늘에 먼지 같은 구름이 깔렸다. 그리고는 곧 우릉쿠릉쾅~! 푸른 빛의 섬뜩한 천둥번개가 쳤다. 나는 '비가 오려나?' 생각하면서 아침에 혹시나 몰라, 실내화 주머니 안에 우산을 챙긴 일을 다행스럽게 생각하였다. 그 순간 내 머리 위로 작은 돌 같은 것이 톡! 떨어졌다. 이크! 꼭 작은 자갈돌을 맞은 것 같았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갑자기 그런 것들이 비가 쏟아지듯이 하늘에서 투두두두~ 떨어졌다! 나는 마구 뛰어 가장 가까운 편의점 천막 아래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2010.11.10 -
매운맛은 싫어!
2009.11.05 목요일 이른 저녁 아빠와 상가 병원에 갔다가, 상가 2층 식당에서 뼈 해장국을 먹었다. 그런데 밥을 다 먹었을 때쯤 갑자기 잔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잔기침을 없애는 데는, 매운 음식을 먹는 것이 도움된다고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났다. 그래서 나는 눈앞에 보이는 반찬 그릇에 담긴 파란 고추 중에, 내 셋째 손가락만 한 크기의 제일 작은 고추를 하나 집어들었다. 이제 된장에 푹 찍어서 한입 뿌드득~ 베어 물었는데, 그 순간은 푸릇푸릇한 고추가 맛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씹으면 씹을수록 뭔가 맛이 쓰고 이상했다. 난 속으로 '애걔걔, 내가 벌써 12살인데 겨우 이런 고추 하나를 못먹나?' 하며 더욱더 꽈직꽈직~ 씹어먹었다. 쓴맛이 점점 매운맛으로 변하더니, 그냥 매운 게 아니라 혀가 잘리는..
2009.11.07 -
트리케라톱스와의 대화
2009.02.21 토요일 '어! 여기는 어디지?' 나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남양주 자연사 박물관 옥상에서, 커다란 트리케라톱스 모형을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는 벌써 봄이 왔는지, 사방에 길고 빽빽한 벚꽃 나무 투성이다. 눈처럼 흩날리는 꽃잎을 따라, 엄청나게 넓은 초록색 풀밭이 펼쳐지고, 그리고 그 앞에는 햇빛을 받아 살금살금 떨리는 거대한 호수가 있었다. 나는 벚나무 사이에 숨어 한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다가,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앞으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는 낯설지만 익숙한 풍경 속을 한참 동안 헤매고 다녔다. 가도 가도 호수를 낀 풀밭이 끝나지 않아서 "음~ 여긴 경치가 이렇게 좋은데, 왜 사람이 없는 걸까?" 하며 한숨을 쉬..
2009.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