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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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우물, 두리반
2013.05.01 수요일 중간고사가 끝나 오랜만에 머리를 이발 하고, 아빠, 엄마와 함께 홍대 두리반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두리반으로 가는 서교동 골목에는 갑자기 여우비가 내렸다. 방금 이발한 머리에 비를 뚝뚝 맞으며 걷는데, 햇볕은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어 온세상을 황금색으로 반짝반짝 비추었다. 나는 몹시 배가 고팠다. 마침 두리반 아줌마가 밖으로 나와 핸드폰 통화를 하고 계시다가, 우리가 오는 것을 보고 크게 웃으며 반가와하셨다. 두리반으로 들어가니 주방 앞에서 일하고계시던 두리반 아저씨도 크게 웃으며 반기셨다. 두리반 벽에 걸려있는 물이 빙긋이 웃고 있는 그림과 이라는 문구도 우리를 반기는 것 같았다. "상우야, 머리를 시원하게 잘랐구나~!" 아저씨는 여전히 면도를 하지 않아서 도인 같은 분위..
2013.05.01 -
아슬아슬한 미용실
2010.02.12 금요일 영우와 나는 오랜만에 이발 하였다. 나는 상가 병원에 들렸다 가고, 엄마랑 영우는 블루클럽에 먼저 가 있었다. 나는 감기약을 지어서, 함박눈이 오는 상가 앞을 부리나케 뛰어서 블루클럽에 도착했다. 오, 그런데 사람이 정말로 많았다. 엄마와 영우가 한 15분 전에 미리 도착해 있었는데, 아직 머리 깎는 의자에도 앉지 못한 것이다. 나는 흠~ 한숨을 쉬며, 엄마와 영우 옆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 내일부터 설연휴라서 머리를 단정하게 하고 가려는 줄이 많은 거구나!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미용사 아줌마들이 두려워하는 영우 차례가 되었다. 영우는 매우 간지럼을 잘 타기 때문이다. 영우는 아래쪽을 향해서 무언가를 감춘 듯이 실실 웃다가, 급기야는 왼쪽 턱을 어깨에 붙인 상태에서 "께..
2010.02.15 -
정글 소년 이발하기
2008.01.08 화요일 아빠와 나는 오랜만에 남성 전용 미용실 의 문을 힘차게 열고 들어갔다. 주인 할머니께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아빠가 "저는 됐고요, 애를 좀 잘라주려고요. 머리를 길르려고 하는데, 너무 길어서 눈을 찌르네요. 앞머리하고 옆머리를 다듬었으면 좋겠네요." 하고 자세히 부탁하셨다. 나는 이발하면서 예전처럼 간지러움을 못 참고 웃음보를 터뜨리면 어떡하나 걱정하며 무심코 가운데 의자에 앉았다. 미용사 아주머니께서 "아냐, 세 번째 자리에 앉아라." 하시면서 내 목에 넓은 보자기를 두르고 가위와 빗을 가져 왔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가위 모양으로 만들어 내 머리카락을 한 움큼씩 집어들고 가위로 한 번에 샥 잘라내었다. 창꼬치가 사냥을 할 때 한 번에 작은 물고기를 빨리 삼켜버리는 것처럼. 나..
2008.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