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인(4)
-
병원 갔다 오는 길
2010.12.27일 월요일 "띵동! 권상우, 권상우 손님께선 들어와 주십시오!" 하고, 내 차례가 되었음을 알리는 소리가 작은 전광판에서 작게 흘러나왔다. 아파서 며칠을 씻지 않은 나는 꼬재재한 모습으로 제1진료실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눈빛은 조금 날카로우며 얼굴이 동그란 여의사 선생님께서 앉아 계셨다. 의사 선생님은 꼭 만화영화에서 본 듯한 분위기였고, 왠지 커피를 홀짝이며 마실 것 같았다. 나의 열감기는 3일 전인가? 친구들과 외박을 하며 진탕 놀고 돌아온 다음 날부터 시작되었다. 친구들과 밤을 새우고 놀아서 집으로 돌아온 나는 오후부터 저녁까지 잠을 쓰러진 듯이 잤다. 그런데 일어나니 몸이 엄청 무겁고 머리가 꼭 야구방망이로 얻어맞은 것 같이 아프고 뜨거웠다. 그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꼭 기름을..
2010.12.29 -
여름 밤, 모깃불을 피워요!
2009.07.25 토요일 밤이 되자 텐트촌은 모기들이 나타나 시끄러웠다. 텐트촌 관리 아저씨가 가르쳐준 방식대로, 여기저기서 모깃불을 피우느라 바빠졌다. 나도 아저씨를 따라다니며 모기불 피우는 법을 익혔다. 텐트촌 가장자리에, 마른 소나무 잔가지가 짚더미처럼 수북이 쌓여 있는 데가 있다. 우리는 거기서 소나무 잔가지를 한 아름 주워들었다. 아빠는 우리 텐트 앞마당에 흙을, 꽃삽으로 싹싹 파서 둥근 구덩이를 만드셨다. 우리는 그 구덩이에 소나무 잔가지들을 넣었다. 그런 다음 아빠는 권총같이 생긴 화염 방사기의 끝을 잔가지에 겨냥하고 방아쇠를 딱~ 당겼다. 불은 한 번에 나오지 않고, 몇 번을 딱딱딱딱 하니까, 기다란 총 끝에서 시퍼런 불이 튀어나와 소나무 잔가지들을 감쌌다. 소나무 잔가지들에 불이 붙기 ..
2009.07.29 -
속임수
2009.05.03 일요일 여기는 연천 구석기 축제 행사장이다. 구석기 시대에 살았던 원시인들의 생활 모습을 그대로 보존해 놓은 곳인데, 어린이날을 맞아 엄청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행사가 열린 넓은 잔디와 꽃밭에는 벌떼처럼 사람들이 모여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요리조리 다니며 구경하다가, 구석기 시대 움막이 세워진 풀밭에서 연극을 한 편 대충 보고 난 후, 간단한 퀴즈 대회를 연다고 해서 구경하는 아이들 틈에 끼어들었다. 북이 울리고 원시인 분장을 한 사회자 아저씨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이 연극에 나왔던 두 부족의 이름은 무엇과 무엇입니까?", "오스트랄로족의 남자가 피테쿠스족의 여자에게 청혼할 때 선물한 것은?", "이 아저씨의 몸무게는?" 하는 문제들을 내었다. 나는 답을 맞히지 못하다가 ..
2009.05.06 -
영풍문고가 좋아!
2008.01.19 토요일 주말을 맞이하여 오랜만에 차를 타고 서울, 영풍문고로 향했다. 3학년 1학기 교내 음악제에 나갔다가 부상으로 받은 도서 상품권을 책상 서랍 속에 꼭꼭 모셔 두었었는데, 드디어 오늘 쓰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리고 영풍문고는 아주 오랜만에 가보는 것이라 마음이 떨렸다. 차를 타고 달리며 바깥을 구경하니 세상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도로 옆에는 거대한 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하늘에는 얇은 비행기가 바람을 타고 위태롭게 날았다. 아빠가 그건 비행기가 아니라 글라이더라고 하셨다. 나는 처음 세상 구경을 하러 나온 산골 소년처럼 차 창문에 코를 박고 바깥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영풍문고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차에서 뛰어내렸다. 도서 상품권 봉투..
2008.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