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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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 찾아온 숭어
2008.10.01 수요일 나는 어제 감기가 심해 학교에 나가지 못했다. 쌀쌀한 아침, 쿨룩쿨룩 기침이 터질 때마다, 물병에 담아온 보리차를 마셔가며 걸었다. 우리 반 교실로 향하는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어디서 리코더 합주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그건 우리 반에서 나는 소리였다. 이상하다! 오늘은 리코더 가져오는 날이 아닌데? 교실에 들어가니 아이들이 전부 리코더로 슈베르트의 '숭어'를 불고 있었고, 선생님께서 우드블록으로 딱딱 박자를 맞춰주고 계셨다. 내가 어리둥절해하니까 우리 모둠 아이들이 "오늘 지금까지 우리가 연습한 숭어, 촬영하는 사람들이 와서 찍는 날이야!" 하였다. 우리 반은 지난 4개월 동안 음악 시간과 쉬는 시간, 짬짬이 '숭어'를 리코더로 연습해왔다. 학교 예능 행사로 연습해왔는데, ..
2008.10.02 -
2007.04.19 웅장한 공연
2007.04.19 목요일 오늘은 아빠가 잘 알고 있는 합창단 친구에게서 특별히 공연 티켓을 무료로 얻어서 덕양 어울림 누리 극장으로 종교 음악 공연을 보러 갔다. 무대 맨 뒤에는 합창단이 자리를 잡았고, 무대 중간에는 관현악단이 있었다. 그리고 무대 맨 앞에는 지휘자가 아주 멋진 모습으로 등장하여 인사를 하였는데, 그 모습이 날개를 펴고 날아가려고 준비하는 새 같았다. 나는 공연 팜플렛을 뒤적이며 이게 도대체 무슨 공연인지 알아보려고 애썼지만, 다 외국말로 써 있어서 이해하지 못하였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하였다. "뜨드든!" 하며 세상이 기지개를 켜듯이 웅장한 소리가 공연장 안에 울려 퍼졌다. 연주가 진행될수록 합창도 시작되었고 내 눈도 점점 커졌다. 그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별별 악기들의 소리가 합..
2007.04.19 -
2007.04.05 거리의 예술가
2007.04.05 목요일 학교에서 집으로 오고 가는 길은 이상하게도 나에게 작지만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해준다. 나는 그것들이 즐겁다. 오늘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초록색 공원 트랙 길을 따라 내려오던 중, 맨발 마당 맞은 편 풀숲 속에서 아름다운 관악기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소리가 너무 부드럽고 편안해서 나도 모르게 그 음을 따라 부르며 풀숲 너머를 바라보았다. 거기 벚꽃 나무 아래 벤취는 어릴 때 엄마와 내가 앉아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었던 곳인데, 그 벤취에 어떤 아저씨 둘이서 클라리넷을 불고 있었다. 아저씨들이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무언가에 집중해서 연주를 할 때, 벚꽃 나무는 마치 무대 배경처럼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바람도 잔잔하게 불고 음악 소리가 너무 포근하여 엄마 생각이 났다..
2007.04.05 -
2006.07.06 생활 계획표
2006.07.06 목요일 슬기로운 생활 시간에 우리는 요번 여름 방학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생활 계획표를 만들었다. 나는 먼저 아침 시간에 요즘 내가 살이 통통하게 쪘으므로 운동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침 7시부터 8시까지 운동이라고 적어 놓았다. 나는 사실 오전에 하고 싶은 일은 학교도 안가니까 푹신 푹신한 내 침대를 둥우리삼아 뒹굴면서 실컷 책을 읽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오후엔 피아노 학원에 가서 피아노를 열심이 치겠다고 적어 놓았다. 나는 하루빨리 피아노를 잘 쳐서 날개를 단듯 연주해 보고 싶어서다. 계획표를 짜면서 '내가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선생님께서 "낮잠 자기는 왜 꼈니? 책 읽기로 바꿔!" 하시면서 책 읽기로 바꿔 주셨다.
200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