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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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먹어본 술
2009.01.25 일요일 오전 내내 엄마와 고모가 설날 제사상에 차릴 음식을 만드시고 나서, 점심 시간이 되었다. 어른들은 밥상을 차리고, 마지막으로 정수기 물통만큼 커다란 유리병을 어디선가 꺼내왔다. 그리고 그 안에 가득 담긴 진보라색 포도주를, 삼각주 모양의 폭이 좁은 투명한 컵에 조금씩 따라, 각자 밥상 위에 올려놓았다. 할머니의 식사 기도가 끝나고, 어른들은 '짜작!' 소리 나게 건배하고 포도주를 한 모금씩 마셨다. 나는 포도주의 진한 보랏빛에 자꾸 마음이 끌렸다. 포도 주스처럼 달고 시원한 맛이 날 것 같았다. 바로 내 옆에 앉은 엄마 포도주 잔을 보며 자꾸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뜻밖에 할아버지께서 "상우도 한 번 마셔 봐! 이다음에 술도 마실 줄 알아야 혀." 하시는 거였다. 나는 "네, ..
2009.01.28 -
2007.05.10 소음
2007.05.10 목요일 음악 시간이 되어서 우리 반은 음악실로 향했다. 우리들은 지정됐던 자리에 앉았고 음악 선생님은 '하하하 송'을 틀어 주셨고 그 때부터 음악 시간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원래부터 그랬지만 내 앞자리에 앉은 고기윤이 오늘은 더 심하게 고막이 터지도록 소리를 꽥꽥 질러대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고기윤은 마치 정신 나간 사람처럼 입은 아주 동그랗게 벌리고 얼굴은 주름지게 인상을 쓰고 눈은 실처럼 가늘게 뜨고 손으로는 허공을 마구 휘저어대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폭탄이 터지듯 아주 이상한 소리로 불러서 그게 비명인지 노래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 아이들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잠시 음악이 끝나 숨을 돌렸지만 다시 노래를 부를 때 아까와 같이 ..
2007.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