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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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이가 코피 흘린 날
2011.06.22 수요일 오랜만에 공부를 한다. 엄마와 나, 내 친구 풀잎이 이렇게 셋이서 사직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 열람실에 엄마는 좀 멀리 떨어져서, 나와 풀잎이는 마주 보고 앉아 기말고사 준비를 했다. 엄마까지 도서관에 오게 된 사연은 이렇다. 요즘 나는 학교 끝나고 풀잎이와 쏘다니며 놀았다. 뭐하고 노냐면 그냥 풀잎이랑 함께 도로와 골목길을 배회하면서 수다도 떨고, 계란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쓰다듬어주며 논다. 풀잎이는 귀엽게 생겼는데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어서 조금 무뚝뚝해 보이는 게 특징이다. 그래도 나는 안다. 풀잎이가 맑은 영혼을 가졌다는 것을. 주위에서 욕을 안하는 애는 풀잎이 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엄마는 언젠가부터 내가 기말고사가 다가왔는데도 별로 열심히 준비하지 않고,..
2011.06.25 -
엉금엉금 거북이 마라톤
2011.05.14 토요일 '덜컹딜킥~ 덜컹딜킥~' 흔들리는 지하철에 맞추어서 내 몸도 조금씩 흔들렸다. 내가 오랜만에 지하철 4호선 열차를 타고 있는 이유는 오늘 있을 마라톤 때문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1년에 한 번 씩 1,2,3학년 모두가 함께 마라톤을 한다. 선수들처럼 42km의 장거리를 달리는 게 아니라 7km만 달리면 되지만, 난생처음 그렇게 작정하고 많이 달려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되었다. 어두운 지하철에서 대공원역 2번 출구로 나와, 집합 장소인 분수대 앞까지 왔다. 분수대에는 아무도 없고, 분수대 조금 뒤에 '청운 중학교 거북이 마라톤'이라고 쓰여진 큰 현수막 아래에, 우리 학교 체육복을 입고 있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나는 조금 엉뚱한 상상이 들었다. 왜 하필 거북이 마라톤일까?..
2011.05.19 -
어느 돌고래의 생일 잔치
2008.08.07 목요일 오후 1시, 뚜룰루룰루룰 인터폰 소리가 울렸다. 나는 허둥지둥 인터폰 버튼을 눌렀다. 곧이어 문이 열리고 치타가 들어오더니 한쪽 손으로는 벽을 짚고, 다른 한쪽 손은 축 늘어뜨린 채 숨을 헐떡거리며, 고개를 조금 숙이고 "돌고래야, 생일 축하해~" 하고 간신히 말했다. 치타는 시간 약속을 지키려고 아침 일찍 학원에 가서 오늘 해야 할 과제를 한꺼번에 몰아서 빨리 풀고 오느라 무지 힘들었다고 하며 계속 숨을 몰아 내쉬었다. 숨을 돌린 치타는 마루에 앉아 "이거 되게 좋은 거야~ 하면 할수록 머리가 좋아져!" 하며 나무 퍼즐 선물을 꺼내 보였다. 나는 피라미드처럼 멋진 나무 퍼즐을 보며 우와~! 하고 입이 벌어졌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다른 친구들이 오지 않아 나는 점점 초조해지..
2008.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