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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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사주신 삼계탕
2009.07.29 수요일 우리는 오랜만에 외할머니 댁으로 놀러 갔다. 할머니는 더운 날씨에 오느라 수고했다고 삼계탕을 사주셨다. 그런데 그곳은 할머니 동네에서 제일 유명한 삼계탕 전문점이었다. 좁은 골목에 사람들이 줄을 빽빽이 서 있는, 삼계탕의 대가 '토속촌'은, 삼계탕 국물 색깔부터가 누리끼리하지 않고 우유처럼 하얀색이었다. 나는 제일 먼저 삼계탕의 국물을 호우욱~ 넘겼다. 국물이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 쓴 향기가 신선하게 느껴져 몸이 떨렸다. 엄마는 국물이 미숫가루처럼 진하다고 하셨다. 영우는 한 숟갈 먹자마자,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음~ 대박이군!" 하였다. 아빠는 국물을 느끼고 할 것도 없이, 벌써 고기를 해체하고 뜯으면서, 아무 표정없이 먹는 데만 열중하고 계셨다. 할머니는 엄마 닭이..
2009.07.31 -
정신없는 방학식
2009.07.17 금요일 선생님께서 방학을 맞이하여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교육 동영상을 보여주시는데, 그걸 주의 깊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반 전체가 앞뒤 사람, 옆 사람과 섞여서 떠들고, 심지어는 일어서서 떠들었다. 그 소리가 합쳐져서 "에붸뢰붸~ 와워워워~ 쁘지지~" 꼭 외계인 소리 같기도 하고, 라디오 주파수가 잘못 잡힐 때 생기는 잡음처럼 교실 안을 꽉 메웠다. 한참 안전사고 수칙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는, 난데없이 "저 집 핫도그 맛있어! 빨리 방학이 왔으면~!" 하는 말소리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교실 벽에 걸린 시계는 고장 났고, 우리 반은 스피커가 없어서 쉬는 시간 종소리가,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묻혀 가물가물하였다. 앞뒤사람과 전화번호를 받아적고, 집에서 싸온 푸짐한 간식을 먹..
2009.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