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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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철마야!
2010.06.06 일요일 현관문을 열어 자전거를 끌고 나오는데, 계단을 쿵쿵~ 울리는 소리가 났다. 석희가 어느새 올라와 내 어깨를 잡으며 "상우, 잡았다!" 하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자전거를 타러 나온 석희와 나, 그리고 재호의 한편의 자전거를 탄, 서부 영화 같은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석희와 재호는 먼저 4단지 쪽으로 쭉~ 도망쳤다. 곧이어 나도 그들을 따라 달렸다. 영리한 석희는 큰길로 빠져서 멀리 나가는 듯하더니, 교묘하게 내 뒤로 다시 돌아와 달렸다. 그리고는 또 사라졌다. 나는 계속 헉헉거리면서 4단지를 돌았지만, 석희와 재호가 눈에 띄지 않았다. 왠지 헛고생을 한다는 느낌이 들어, 중앙공원으로 가보았다. 역시나! 자전거를 탄 재호와 석희가 매복해있었다. 석희와 재호는 눈치채고 "야, 상우다..
2010.06.07 -
차 따르는 재미
2009.02.15 일요일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시내 중국집으로 자장면을 먹으러 갔다. 우리는 벽면에 일자로 붙어 있는 자리 중, 맨 구석 창가 자리를 얻었다. 그곳은 옆 손님들과 너무 딱 붙은 비좁은 자리였다. 외투를 벗어놓을 자리가 없어, 엄마는 외투를 둘둘 말아 각자 등 뒤에 쿠션처럼 고이게 하셨다. 바로 내 옆엔 입가에 자장면 소스를 듬뿍 묻힌 어린 아기가, 나를 빙글빙글 재미있는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식사가 나오기 전, 물 대신 돼지 저금통 크기만 한 찻주전자가 나왔다. 검은색 바탕에, 붉은 나뭇잎 무늬가 있는 항아리 모양의 주전자였는데, 뚜껑 위에 얇은 손잡이도 있었다. 그리고 동그란 찻잔도 딸려 나왔다. 나는 불쑥 엄마, 아빠에게 차를 따라 드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른손을 쭉 뻗어..
2009.02.17 -
시소
2008.02.04 월요일 학교 수업 마치고 우석이랑 나는, 우석이네 옆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놀이터에 들어가 놀았다. 마침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석이는 미끄럼틀 꼭대기에 올라서서 아파트 화단을 내려다보며, "저기 고양이다! 안녕, 고양아! 귀여운 고양아!" 하고 외쳤다. 그러자 우석이 목소리가 빈 놀이터 안을 쩌렁쩌렁 울리면서 검정 고양이가 놀라 허더덕 달아났다. 나는 모래성을 쌓다가 시소를 타고 싶어 우석이와 시소 양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우석이와 내 무게 차이가 커서 내 쪽으로만 시소가 기울었다. 그래서 내가 시소 앞칸으로 얼른 옮겨 앉았는데, 시소가 탄력 있게 통통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지 못하고, 우석이만 공중에 떠있고, 나는 우석이 반만큼만 간신히 올라갔다가 끼이익 내려왔다...
2008.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