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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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주기
2015.04.16 목요일 날씨가 맑아질 것 같지가 않다. 운동장에 모래가 하늘로 모두 옮겨 심어진 것 마냥, 하늘빛이 뿌연 황토색이다. 사막의 모래바람 같은 흑색의 하늘... 한줌의 습기도 없을 것 같은 하늘에서는 습하고 무거운 비가 내린다. 주룩주룩 서럽게 울다가 지치면, 쉬었다가 다시 우는 것처럼 하늘에서는 죽은 아이들의 눈물이 비가 되어 흐른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1년째 되는 날, 국가원수는 해외로 내뺐다. 정부는 추악한 발톱으로 유가족의 상처를 헐뜯기에 바빴고, 그의 하수인 언론과 방송은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울음을, 돈을 더 받아내겠다는 욕심으로 매도하는 여론을 조성하기에만 혈안이다. 검찰도 이에 미쳐 날뛴다. 이건 소설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이야기다. 1년이 지났지만, 아직..
2015.04.16 -
검은 손톱
2009.06.25 목요일 1교시 미술 시간, 아침에 학교 앞 문구사에서 산 붓펜을, 나는 요리조리 돌려가며 살펴보다가, 선생님께 여쭈었다. "선생님, 이 붓펜은 연필을 잡는 방법으로 사용해야 하나요? 붓을 쥐는 방법으로 사용해야 하나요?" 하니까, 아이들이 먼저 "이 바보야, 당연히 연필을 잡는 방법으로 쥐어야지!" 했다. 모두가 붓펜으로 화선지 위에 수묵담채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화선지 밑에는 선생님께서 나누어주신, 옛날 우리나라 화가들이 그린 붓 그림이 인쇄된 종이를 깔았다. 그리고 화선지에 비추는 그 그림을 붓펜으로 정성스럽게 따라 그리면 되었다. 나는 분명히 김홍도 아니면 신윤복 화백이 그렸을 법한, 광대놀이 그림을 따라 그렸다. 그것은 긴소매 옷을 입은 광대가, 왼쪽 팔은 머리 위로 쳐들고, ..
2009.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