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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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밤 산책
2010.07.16 금요일 밤 9시, 엄마, 아빠는 갑자기 나갈 준비를 하시며 "엄마, 아빠 산책간다!" 말씀하셨다. 나와 영우도 얼떨결에 축구공을 가지고 따라나섰는데, 아빠는 신경이 쓰여서 산책을 못하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축구공을 놀이터 옆 풀숲에 묻어두고 본격적으로 밤 산책을 시작하였다. 낮에는 느낄 수 없었던 풀의 향기가 밤의 어둠과 고요에 떠밀려왔다. 밤 공기는 살짝 으스스 추웠다. 나는 소매가 없는 옷을 입어서 더 춥게 느껴졌다. 나는 달렸다. 빠르지는 않지만, 천천히 '흠하~ 흐음 하아~' 숨을 쉬면서 규칙적으로 팔을 저으며 달리니, 속도는 느려도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한참 달리고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다보았다. 이미 아파트 단지는 멀어져 있었고, 가족들은 한참 뒤에 따..
2010.07.17 -
어린 루치아노 파바로티
2009.02.28 토요일 드디어 피아노 학원 연주회 날이 열렸다. 점심을 먹고 학원에 모여 모두 버스를 타고 양주 문화 예술 회관으로 갔다. 햇볕은 따습고 바람은 쌀쌀했다. 공연장에 들어가니 내가 가장 고민하던 문제가 닥쳐왔다. 바로 연주할 때 입을 연미복을 갈아입는 것이었다. 며칠 전부터 나는 '연주회 때 입을 옷에, 내 몸에 맞는 사이즈가 있을까?' 궁금했다. 지난해 피아노 학원 연주회에서는 겨우 맞는 옷을 찾기는 하였지만, 연주회 내내 너무 꽉 껴 숨이 막혔었는데... 남자 아이들은 공연장 복도에서 디자이너 아줌마가 옷을 나눠주셨다. 까만 바지는 그런대로 잘 맞고 시원하고 느낌도 비단처럼 매끄러웠다. 윗옷을 벗으려는데, 그때 여자 아이들이 우르르 무엇을 물어보려고 몰려와, 나는 남자 화장실로 가서..
2009.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