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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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수업을!
2010.04.02 금요일 학교를 절반쯤 왔는데, 갑자기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보니 아버지라고 찍혀 있었다. '이 시간에 아빠가 웬일이지?' 그런데 뜻밖에 엄마의 목소리였다. "무슨 일이예요? 엄마?", "아이구, 우리 털핑한 상우! 어떡하지? 실내화 가방을 놓고 갔어!" 나는 순간 두 손이 홀가분한 것을 느꼈다. 나는 '역시 시작부터 너무 잘나간다 했어. 오늘따라 왠지 아침이 이상하게 가볍더라니!' 생각하며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망설였다. "엄마, 죄송하지만 엄마가 이리로 실내화 가방을 가지고 오시면 안될까요? 기다릴게요.", "아니야, 니가 먼저 학교에 들러서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집에 와서 실내화를 가져가렴!" 나는 지각을 할 것 같아 학교에 양말만 신고서 들어가기로 마..
2010.04.05 -
얼어붙은 호수
2008.1.27 일요일 호수는 살얼음이 얼었고, 그 위로 흰 눈이 얇은 담요처럼 깔렸다. 호수 전체가 햇살을 반사해 반짝반짝 빛난다. 호수는 얼마나 깊은지, 얼마나 얼었는지, 속을 알 수 없을 만큼 드넓다. 언 호수 위에 놓인 나무다리가, 마치 한 세계와 또 한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처럼 보인다. 나는 무엇에 끌려가듯 성큼성큼 그 다리로 뛰어간다. 나는 나무다리를 삐걱삐걱 밟고 내려가, 다리 위에 털썩 주저앉아 언 호수를 내려다본다. 언 호수와 내 발끝은 닿을락 말락 가깝다. 멀리서 보았을 땐, 얼음이 얇아 보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돌처럼 단단해 보인다. 신기하게 호수 위 쌓인 눈에 발자국이 나있다. 그것도 온 호수를 가로질러 촘촘하게 눈도장을 찍은 것처럼! 누군가 언 호수 위에 이름을 남기려 죽음을 무..
2008.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