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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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독서 골든벨
2008.11.26 수요일 난 아침부터 설사를 심하게 하느라 지각하고 말았다. 아직 1교시가 시작되기도 전인데, 벌써 강당으로 가려고 우리 반은 복도에 나와 줄을 서 있었다. 선생님께서 "상우, 왜 이렇게 늦었어? 빨리 가방 교실에 놓고 줄 서라!" 하셨다. 오늘은 독서 골든벨이 열리는 날이다. 지난주, 각 반에서 예선전을 통과한 5명의 선수가 모여, 2학기 동안 학교에서 정해준 골든 도서 목록을 읽고, 얼마만큼 소화했는가 겨루는 결승전이다. 전교생이 강당에 둘러싸인 가운데 결승 진출자들이 중앙으로 차례로 들어섰다. 나는 배정받은 번호, 71번이라고 쓰여있는 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우리 반 경훈이, 익선이, 김훈, 석희와 함께, 자랑스럽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았다. 나는 해리포터에 나오는 퀴디치(날아다..
2008.11.27 -
마지막 편지
2007.12.15 토요일 1교시부터 2교시에 걸쳐서 우리 반 인 편지 쓰기를 하였다. 그런데 오늘 쓰는 이 편지는, 3학년에 쓰는 마지막 편지다. 1년 동안 번호대로 매주 토요일 아침, 친구들이 쓴 편지를 한데 모아 묶음 집을 만들어 나누어 받았는데, 이제 우리 반 끝번호에 속하는 4명을 남기고 오늘따라 우리 3학년 4반은 다른 때보다 정성스럽게 또각또각 편지를 쓰고 있다. 모두 여학생 4명이었는데, 나도 마지막이니만큼 불만스러웠던 점이나, 감정을 상하게 할만한 이야기는 자제하고, 그 아이의 좋은 점과 재미난 추억을 위주로 부드럽게 써내려갔다. 특히, 잘 울어서 왕따를 당하는 연희에게는 내가 겪었던 왕따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위로를 해주었고, 극복해내기를 바란다고 썼다. 입이 험한 주연이에게는 예쁜 말을..
2007.12.16 -
2007.07.10 앞구르기
2007.07.10 화요일 6교시 체육 시간이다. 교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번호 순으로 5명 씩 나와 순서대로 앞구르기를 하였다. 그 전에 먼저 선생님께서 인터넷 동영상으로 앞구르기하는 동작을 보여 주셨다. 첫번째 팀은 모두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척척 잘 굴렀다. 그걸 지켜보면서 '나도 저렇게 잘 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밀려왔다. 두번째 팀인 우리가 떠들고 있는 사이, 어느 새 우석이가 훌떡 넘어버렸다. 그 다음 내 차례다. 나는 매트에 두 발을 딛고 엎드린 자세로 머리를 숙였는데, 선생님께서 "그게 아니야!" 하시면서 시범을 보이셨다. 그러면서 무릎을 땅에 대지 말고 곧게 세우라고 하셨다. 그러나 무릎을 세우면 머리를 땅에 닿도록 숙이기가 힘들어서 자꾸 오뚝이처럼 삐딱하게 쓰러지거나 앞으로 구..
2007.07.10 -
2006.08.10 친선 경기
2006.08.10 목요일 오후 4시 30분이 되자 학교 앞으로 감독님의 버스가 도착하였다. 우리 팀은 감독님 버스를 타고 백석 잔디 광장으로 가서 백석 초등학교 축구반과 친선 경기를 하였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 나와 똑같은 번호를 가진 선수와 악수를 하였는데 그 아이가 욕을 하지 않고 "잘 해보자!" 라고 하였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 나는 수비수로 들어갔다. 그리고 몇 분 뒤에 선수를 교체하였다. 나는 후반전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내 차례가 돌아왔다. 그런데 나는 운 좋게도 골을 넣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프사이드였다. 하지만 나는 기뻤다.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형들도 인제 나를 좀 인정해주는 것 같았다. 경기는 4:0 으로 이겼다. 버스에 타서 가는 내 마음은 뿌듯했다.
200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