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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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발 도장 찍는 날!
2011.08.28 일요일 오늘은 나에게는 개학하고 맞은 2번째 휴일의 마지막 날이었고, 동생에게는 개학 전날로 밀린 방학숙제를 한번에 해결해야 하는 힘든 날이었다. 내가 영우만 할 때 주로 했던 방학 숙제는, 온통 빽빽하게 쓴 원고지 몇 장과 글투성이였는데, 영우는 종류도 다양했다. 시 모음집, 일기, 독서록, 환경 기록장, 건강 달리기 체크하기, 특히 4절 도화지에 가족들의 손도장, 발도장을 물감으로 찍어가는 숙제를 했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두 모여 한 방에 네모나게 둘러앉았다. 가운데는 아무것도 없는 깨끗한 백지가 놓여 있었다. 나는 감격스러웠다. 사실 가족이 이렇게 둘러앉은 것도, 밥 먹을 때 빼고는 거의 없었다. 아니, 아빠는 얼굴 보기가 어려웠고 어쩌다 얼굴을 보아도 항상 피곤한 듯, 인상을 ..
2011.08.30 -
의인법에 무너지다
2009.06.17 수요일 오늘 낮 우리 학교 강당에서, 방송국에서 나와 '퀴즈 짱'이라는 프로를 녹화하였다. 학교별로 퀴즈 대회를 열어서 우승자를 뽑고, 우승자들끼리 모여 왕중왕을 가리는 TV프로라고 한다. 난 방송국에서 나누어 준 모자를 쓰고 맨 앞줄에 앉았다. 행운의 7번을 달고! 4, 5, 6학년 100명이 모여 시작했는데, 어느덧 자리는 깎아버린 잔디처럼 듬성듬성 비어가고, 16명 정도가 남았다. 나는 내가 여기 끼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스스로 아무런 대비 없이 이 자리까지 왔다는 것이 대견스럽기도 했다. 그렇지만, 진행 중간마다 아나운서 아저씨가 "와~ 이름이 정말 멋있네요!" 하며, 내 이름이 어떤 유명 배우랑 같은 것을 강조했고, 아이들이 그게 무슨 대단한 일인 것처럼 우와~ 탄성..
2009.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