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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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꽃, 카페 '그'
2013.11.28 목요일 ! 이 두가지 키워드로, 나는 카페 '그'를 찾아 갔다. 저녁 6시, 생전 처음 와보는 방화역에서 내려, 한 500 미터쯤 다리 사이를 붙이고 추운 몸을 잔뜩 움추린 채로 어기적어기적 걸었다. 걷다가 걷다가 쭈꾸미 마을이라는 식당이 보였고, 오른쪽 골목으로 쏙 들어가니 카페 '그'가 보이고, 카페 '그'가 보이는 건물 옆, 나란히 붙어 있는 넓은 집 대문에 '새들도 둥지가 필요하다. 하물며, 카페 '그' 여기 사람이 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저녁 칼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우리 가게 생각이 났다. 우리 가게에도 저런 푯말이 걸려있었다. 아니, 건물 담벼락 자체를 피 끓는 현수막으로 무장시켰었지. 현수막을 보니, 그당시에 내가 느꼈던 기분도 다시 떠올랐다. 애써..
2013.11.28 -
2006.05.15 스승의 날
2006.05.15 월요일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그런데 우리 학교는 쉰다. 아마 선생님께서도 찾아 볼 스승님이 계신가 보다. 그래서 나는 아침에 내가 다녔던 미술학원 선생님을 찾아갔다. 어렸을 땐 학원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오늘은 엄마랑 손을 잡고 걸어갔다. 나는 선생님께 드릴 편지를 손에 쥐고 걸었다. 그런데 지금 다니고 있는 길이 내가 처음 걸어보는 길 같았다. 우리 옆에 차들이 매연을 뿜으며 지나갔고, 우리 머리 위엔 나무 그늘이 시원하게 드리워져 있었고, 바위 사이로 보라색 하얀색 꽃들이 많이 피어 있었다. 우리 발 밑으로 개미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게 보였다. 그런데 꺾어지는 쪽에 횡단보도 틈에 꽃 장식품이 있었는데 차들이 다니지 않는 데에 있었다. 어떤 아저씨가 거기에 물을 주고 있었다. 엄..
2006.05.15 -
2005.11.29 미술 학원 선생님이 주신 한 권의 책
2005.11.29 화요일 내 동생 영우는 학원에서 돌아오자 뭔가를 감추는 듯이 손을 등 뒤로 감추고 나한테는 왜 이런 걸 안 해 주는거야라고 말 하고 싶은 표정으로 갑자기 등 뒤에서 책을 내밀어 나한테 주었다. 책 표지에는 쪽지도 붙어 있었다. 그것은 내가 미술학원을 다닐때 나를 가르쳐 주셨던 푸른 꿈반 선생님이 보낸 선물이었다. 선생님은 쪽지에 여자 친구가 생겼냐고 물으셨고 책을 재미있게 읽으라고 하셨다. 나는 그동안 선생님께 편지를 쓰지 못한 것이 미안하였다. 나는 미술학원 다닐 때에 엉뚱하기 짝이 없는 아이였다. 선생님은 나에게 항상 웃어 주며 나의 엉뚱함을 이해해 주셨다. 나는 얼떨떨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선생님이 주신 '한국 신화'라는 책을 펼쳐 보기 시작하였다.
2005.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