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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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하얀말
2013.05.13 월요일 수학여행 첫날 점심을 먹고난 뒤, 제주도 산기슭에 올라 승마체험을 하였다. 내가 탄 말은 몸이 하얗고 엉덩이에 갈색 반점이 박힌 말이었다. 제주도의 말은 다른 곳의 말보다 작다고 들었는데, 직접 말에 올라타 보니 어린 시절 아빠 어깨에 무등을 탈 때 만큼 높이 느껴졌다. 말은 생각보다 키가 컸고, 말과 땅 사이의 거리도 생각보다 높았다. 종아리부터 엉덩이까지 꿈틀거리는 말의 체온이 전해져서, 차나 버스 같은 이동 수단과는 달리 살아있다는 느낌이 온몸에 강하게 퍼졌다. 말이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온몸이 위아래로 흔들렸고, 특히 헤드셋을 끼고 비트감이 강한 음악을 감상하며 고개를 흔드는 사람처럼 말은 머리를 계속 위아래로 움직였다. '뚜부닥, 뚜부~' 소리가 말 발이 땅과 ..
2013.05.25 -
봄의 향기
2008.03.01 토요일 오늘따라 집안 공기가 텁텁하여 숨이 막혀 견딜 수가 없었다. 창문 밖에서 쨍쨍 빛나는 해가 나를 부르는 거 같았다. 방과 마루에서 먼지를 피우며 펄쩍펄쩍 뛰어놀다가, 기침을 심하게 해서 엄마에게 꽥 잔소리를 들었다. 책상 앞에 앉아서 컴퓨터를 켰다가 책을 폈다가 했는데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나는 더 참지 못하고 "내 심장이 타오르고 내 영혼이 요동치네요! 내 온몸이 굶주린 짐승처럼 근질거립니다! 그러니 나 놀러 나갈게요!"라고 쪽지에 써놓고 집을 나와버렸다. 나는 순식간에 공원까지 다다랐다. 공원에서 빌라단지로 접어드는 계단을 팡팡 뛰어내려, 우석이 집앞에서 벨을 힘차게 누르고 "우석아!" 소리쳤다. 우석이 집에 아무도 없음을 알고 다시 돌아 나와 그때부터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2008.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