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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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북인더갭>에 숨은 뜻
2013.05.11 토요일 오늘은 중간고사가 끝난 주말이라 오랜만에 늘어지게 늦잠을 잤다. 눈을 뜨니 감기 기운 때문에 코가 막히고 온몸이 힘 빠진 고무줄처럼 이불 위에 푹 늘어진다. 다시 잠이 헤롱헤롱 들려고 하는 순간, 퍼뜩 오늘 북인더갭 출판사에 가기로 약속한 것이 떠올랐다. 나는 화다닥 화장실로 뛰어들어가며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다. "상우야, 머리 감을 시간 없는데~ 약속 시간 늦겠다아~!" 나는 수도물을 틀어 머리에다 꽂아넣듯이 하고, 샴푸를 묻혀 주차작~ 주차작~ 머리를 감았다. 북인더갭은 일산에 있는데, 일주일 전 사무실을 다른 블럭으로 옮겼다고 한다. "엄마, 이사를 했으면 집들이 선물이 필요 해요!" 나는 들떠서 동네 시장 꽃집에서 꽃다발을 사들고 일산으로 향했다. 아빠는 힘차게 운전을 ..
2013.05.12 -
꽃보다 귀한 손님
2010.01.09 일요일 교과부에 송고할 기사를 작성하려고 서울 국립과학관을 찾았다. 마침 할머니도 컴퓨터를 배우는데 숙제라며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하셔서 함께 길을 나섰다. 엄마랑 할머니랑 나는 갈 때는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올 때는 버스를 탔다. 우리는 취재를 마치고 뿌듯한 기분으로, 과학관 앞에서 파는 붕어빵을 와작와작 과자 먹듯이 씹어먹었다. 너무 뜨거워 여기저기 팥을 떨어뜨리면서! 그리고 성대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기다리던 272번 버스는 곧 도착하였고, 우리는 버스 안으로 발을 동동거리며 쏙 들어갔다. 버스는 출퇴근 시간도 아니었지만,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할머니는 운전기사 아저씨 뒤편 셋째 자리에 앉으시고, 나와 엄마는 할머니 앞에 서서 덜컹거리는 버스와 함께 휘청거리면서 갔..
2011.01.13 -
서바이벌 게임 - 상우의 야영일기 1탄
2009.05.27 수요일 나는 내 손에 쥐어진 총을 양손으로 꽉 붙잡았다. '흐으음~ 후우우~!' 헬멧 안에서 내 숨소리가 인공호흡기로 호흡하는 것처럼 거칠게 울렸다. 나는 맨 끝에 서서, 계속 숨을 몰아쉬며 교관 선생님과 아이들의 행렬을 따랐다. 우리는 소나무 숲에서 총을 쏘기 위해 한발짝 한발짝 앞으로 나갔다. 세상에 총을 쏴보다니! 비록 페인트 탄을 쏘는 거였지만, 어릴 때부터 장난감 총도 별로 쏴본 적이 없어서 긴장감이 내 몸을 조여왔다. 두쿵두쿵 공룡 발걸음 같은 내 심장 소리가 새어나가, 행여 교관님 귀에 들려서 핀잔이라도 들을까 조마조마하였다. 제법 깊게 들어오자 교관 선생님은, 아까 연습한 대로 "멈춰!" 하셨다. 우리가 멈추자 교관 선생님은 눈살을 찌푸려 얼굴에 주름을 굳게 잡고, "우..
2009.06.01 -
2007.08.15 나의 첫 해돋이
2007.08.15 수요일 나는 지금 하조대 해수욕장 바다 앞 모래 사장에 돗자리를 펴고 뜨는 해를 보려고 앉아있다. 지금 시각은 새벽 4시 30분이다. 내가 지금 이 시간에 여기 이렇게 있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중요한 건 내가 태어난 지 10년만에 처음으로 해돋이를 본다는 것이다. 그것도 광복절을 맞이하여! 아직 해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잔뜩 낀 구름 끝 사이가 차츰차츰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발 밑의 파도가 무서웠다. 검은 파도가 집어삼킬듯이 거세게 몰아쳤기 때문이다. 그 파도 속에서 거대한 고래라도 솟아올라 나를 덮칠까 봐 조마조마했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해를 보려고 모여있었다. 어느 새 구름 전체가 붉게 물들었고 순식간에 온 바다가 핓빛으로 물들었다.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
2007.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