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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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청소
2008.08.22 금요일 며칠 뒤 개학을 앞두고, 오늘은 우리 반이 학교에 청소하러 가는 날이다. 나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맘이 들떠서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우렁차게 외치고 집을 나섰다. 밖에는 나무젓가락처럼 길고 굵은 빗줄기가 '타닥타닥' 땅을 후려치듯 내리고 있었고, 아직 세상은 어둠 속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나는 준비한 우산을 펼쳐서, 파란 우산 지붕을 머리 위에 이고 힘차게 다리를 쫙쫙 벌려 걸었다. 학교 가는 길엔 아무도 없었고, 정문 앞에 다다르니, 8시 30분에 정문 앞에서 만나기로 한 경훈이가 아직 나와 있지 않았다. 밤새 내린 비가 아침까지 그치지 않아 세상은 물에 잠긴 듯, 온통 축축하고 싸늘했다. 하늘은 퀘퀘한 담배 연기 색깔이었고, 가끔..
2008.08.26 -
억울한 죽음
2008.04.02 수요일 피아노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려고, 구멍가게 앞에 놓인 건널목을 건너려고 할 때였다. 어떤 아저씨가 맞은 편에서 오다가 내 앞을 스쳐가면서, 내 왼쪽 팔 등을 꽉 움켜잡았다. 순간 나는 깜짝 놀라 손을 급히 뒤로 빼냈다. 요즘 뉴스에서 한창 방송 중인 일산 초등학생 엘리베이터 폭행 사건이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겁을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서 재빨리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었다. 걷다가 잠깐 뒤를 돌아보니, 우산 2개를 들고 가는 아저씨의 뒷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제야 아저씨가 납치범이 아니라, 골목에서 차가 지나가자 생각에 잠겨 고개를 푹 숙이고 걷는 나를 붙잡아 준 사실을 깨닫고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요즘 일어났던 두 여자 어린이 납치 살인 사건, 폭행 사건 때문에,..
2008.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