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3)
-
할머니가 사주신 삼계탕
2009.07.29 수요일 우리는 오랜만에 외할머니 댁으로 놀러 갔다. 할머니는 더운 날씨에 오느라 수고했다고 삼계탕을 사주셨다. 그런데 그곳은 할머니 동네에서 제일 유명한 삼계탕 전문점이었다. 좁은 골목에 사람들이 줄을 빽빽이 서 있는, 삼계탕의 대가 '토속촌'은, 삼계탕 국물 색깔부터가 누리끼리하지 않고 우유처럼 하얀색이었다. 나는 제일 먼저 삼계탕의 국물을 호우욱~ 넘겼다. 국물이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 쓴 향기가 신선하게 느껴져 몸이 떨렸다. 엄마는 국물이 미숫가루처럼 진하다고 하셨다. 영우는 한 숟갈 먹자마자,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음~ 대박이군!" 하였다. 아빠는 국물을 느끼고 할 것도 없이, 벌써 고기를 해체하고 뜯으면서, 아무 표정없이 먹는 데만 열중하고 계셨다. 할머니는 엄마 닭이..
2009.07.31 -
트리케라톱스와의 대화
2009.02.21 토요일 '어! 여기는 어디지?' 나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남양주 자연사 박물관 옥상에서, 커다란 트리케라톱스 모형을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는 벌써 봄이 왔는지, 사방에 길고 빽빽한 벚꽃 나무 투성이다. 눈처럼 흩날리는 꽃잎을 따라, 엄청나게 넓은 초록색 풀밭이 펼쳐지고, 그리고 그 앞에는 햇빛을 받아 살금살금 떨리는 거대한 호수가 있었다. 나는 벚나무 사이에 숨어 한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다가,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앞으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는 낯설지만 익숙한 풍경 속을 한참 동안 헤매고 다녔다. 가도 가도 호수를 낀 풀밭이 끝나지 않아서 "음~ 여긴 경치가 이렇게 좋은데, 왜 사람이 없는 걸까?" 하며 한숨을 쉬..
2009.02.24 -
가루 녹이기
2007.11.12 월요일 나는 2교시 과학 시간에 있을 가루 녹이기 실험을 앞두고 책상 위에 내가 준비해 온 가루들을 나란히 늘어놓았다. 엄마가 조그만 비닐봉지마다 가루를 넣고 이름을 붙여 주셔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가루 학자가 된 기분으로 가루 봉지를 요리조리 주무르고 찔러 보았다. 소금과 설탕은 알갱이가 굵어서 유리 파편처럼 뾰족해 보였고, 베이킹 파우더는 둥실둥실해 보였고, 밀가루는 조금만 봉지를 건드려도 주르륵 금이 갔는데 소다는 아무리 건드리고 주물러도 갈라지지 않았다. 이 많은 가루들을 한 번씩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보고 싶은 마음도 들고, 한데 섞어서 부글부글 마법의 약을 만들어도 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참고 수업 시간을 기다렸다. 우리 6모둠은 주로 소금을 많이 가져왔..
2007.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