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나무 - 상우가 쓴 이야기

2008. 2. 24. 09:10동화

<어떤 소나무 - 상우가 쓴 이야기>
 2008.02.23 토요일

 어떤 가난한 집에 소나무로 만든 책상이 있었어요. 그 책상은 집안에 있는 다른 물건들을 무시하고 깔봤어요. 그러면서 우쭐거리며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예전에 아주 좋은 곳에서 살았지. 이 작은 집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곳이었지.
나는 거기서 울창하게 다른 소나무들과 어울려 살았지. 키는 구름에 걸리고, 산속 제일 높은 곳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살았지.
우리 소나무 가문은, 보통 나무들과 다른 아주 귀한 가문이었어. 다른 나무들은 가난해서 나무들이 입는 가장 좋은 옷인 초록색 옷을 1년 동안 계속 입을 수가 없었어. 하지만, 우리 소나무들은 부자라서 일년내내 푸른색 옷을 입을 수가 있었지.
게다가 우리는 아침에 일어날 때, 새벽에 제일 먼저 만들어진 신선한 이슬을 마셨지. 너희와는 비교도 안 돼!
나는 내가 왜 이런 하찮은 데에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어! 나같이 귀한 몸이 말이야!"

그러자 부엌 주전자가 말하였어요. "그래, 네가 말한 것처럼 너는 특별해. 하지만, 우리들 하나하나도 너만큼 특별한 점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어. 결국, 우리가 모두 특별한 거야!"

 부엌 주전자가 말을 마치자마자 주인아주머니가 들어오면서 말했어요. "만세! 드디어 우리 남편이 성공했어. 오랫동안 주식투자 공부해 온 보람이 있다니까! 우리 남편 이런버핏 만세! 내일 밤, 당장 으리으리한 새집으로 이사할 거야!"
그걸 보고 책상은 이렇게 생각했어요. '흠~  이제야 나와 맞는 곳으로 가는군! 음 하하하 하하하하!"

그날 밤 이삿짐을 나르는 사이, 주인아주머니가 깜빡 잊고 책상을 안 가져갔어요. 아주머니는 짐을 나르다 그걸 알아차리고 집안으로 들어갔어요. 집안이 너무 어두워 촛불을 켰어요. 그런데 불을 붙인 순간, 심지를 손에 너무 가까이해서 살짝 데어 촛대가 떨어졌는데, 거기에 책상이 있어 책상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어요.

그러면서도 책상은 이렇게 말하였어요. "나를 봐! 아주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어! 나보다 더 빛나는 존재는 없을 거야! 음 하하하 하아아악~!" 이게 책상의 마지막 말이 될 뻔했지만, 그때 이런버핏 아저씨가 잽싸게 주전자에 물을 가득 담아와, 책상 위에 뿌렸어요.

간신히 불길을 면한 소나무 책상은 군데군데 새까맣게 그을린 처참한 꼴이 되고 말았으나, 이런버핏 아저씨 내외가 버리지 않고 거두어 갑니다.

그 뒤로 시커먼 흉터의 소나무 책상은 새로 간 이사 집에서, 자만하지 않고 집안 물건들과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우게 된답니다. 그리고 행복하죠. 너무나 머나먼 과거의 영광보다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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