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

2008. 2. 12. 22:41동시

<둥지>
2008.02.11 월요일

도롯가에 잎을 다 떨어뜨려낸 겨울 나무 줄지어 서 있네.
수없이 많은 나무 곁으로 차들이 쌩쌩 스쳐가네.
차가운 바람이 불 때마다
빼빼 마른 나뭇가지들이 힘겹게 떨고 있네.

이제 막 태양은 저물어
도로와 하늘은 포도색으로 물들고
수천 개의 은빛 핏줄처럼 뻗어 있는 나뭇가지 사이로
포도즙이 흘러내린 것처럼 스며들다가

곧 세상은 거대한 암흑으로 변한다.
나는 갑자기 길을 잘못 흘러든 것처럼 불안하다.
빨라지는 걸음 따라
노란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진다.

저 높이 시커먼 나무 꼭대기에 무엇이 걸려 있네.
비닐봉지가 걸린 것일까?
작은 먹구름이 걸린 걸까?
올라가서 잡아보고 싶네.

꺾어놓은 나뭇가지를 아무렇게나 쌓아 올린 듯
거칠고 칙칙해 보이지만
그렇게 아늑해 보일 수가 없구나!
나도 어서 집으로 가고 싶다.



<동생 영우가 그린 그림이예요 - 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