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7.04 할아버지

2006. 7. 4. 00:00일기

<할아버지>
2006.07.04  화요일

우리는 고려대 병원에 가서 응급실을 찾았다.

먼저 도착한 삼촌이 대기실 문 앞에서 어딘가에 전화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니까 빈 병원 침대 위에 할머니가 창백한 얼굴로 앉아 계셨다.

엄마와 할머니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할아버지가 검사를 마치고 침대에 실려 나오셨다. 할아버지는 온 몸에 링겔 바늘을 꼽고 눈을 가늘게 뜨고 계셨다. 마치 비가 오면 꺼질 것같은 촛불처럼 할아버지는 힘없이 누워 계셨다.

할아버지가 점심을 잡수시고 바람을 쐬러 산에 올라 갔다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것이다.

의사 선생님이 가족들을 불러 모아 할아버지 뇌 사진을 보여 주셨다. 할아버지의 왼쪽 뇌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뇌경색이라고 하였다.

나는 너무 조마 조마하여 가슴이 쿵 쿠르릉 뛰었다.

엄마는 눈에 눈물이 글렁 글렁 맺혀 있었다.

우리는 늦게까지 응급실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린 아무 말도 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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