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을 보고 - 겨울 방학 DVD 감상문

2009. 1. 30. 16:15영화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을 보고 - 겨울 방학 DVD 감상문
2009.01.28 수요일

1. 이사

사람이 살지 않는 어느 한적한 시골집에, 누나 말로리, 쌍둥이 형제 쟈레드와 사이먼, 엄마, 이렇게 도시에 살던 네 사람의 가족이 이사를 온다. 그런데 이 집은 보통 집이 아니다. 집 주위에 요정의 눈에만 보이는 보호서클이 쳐있고,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호시탐탐 쳐들어오기만을 노리는 그런 집이다.

2. 비밀 가이드

증조 할아버지 아서 스파이더위크는 80년 전 이 집 주인이었는데, 사람도 괴물도 아닌 새로운 생명체를 발견하고, 그들과 친해지며, 그에 대한 모든 사실을 <비밀 가이드>라는 책에 기록한다. 단, 악당 고블린은 이 책을 손에 넣어 세상을 정복하려 하고! 아서 스파이더위크가 요정들에게 잡혀간 후, 비밀 가이드를 지키려는 집의 고블린과 악당 고블린의 대결이 80년 동안 이어지는 가운데, 쟈레드 가족이 걸려든 것이다.

3. 꿀을 좋아하는 고블린 - 팀블태그

80년 동안 이 빈집에서 비밀 가이드를 지켜온, 충성스런 집의 요정 팀블태그! 화가 나면 보거트라는 흉칙한 요정으로 변해 난동을 부리지만, 꿀만 먹으면 원래의 귀여운 모습으로 돌아가는 재미있는 요정이다. "이제 다시는 그런 거에 안 넘어가! 꿀로 나를 꼬시지 마!" 하고 외치면서도, 어느새 꿀병을 잡아들고 쪽쪽 꿀을 빨아먹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마치 라면은 먹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라면 냄새만 맡으면 쉽게 무너져버리는 나처럼, 안쓰럽기도 하다. 아가들은 잠을 잘 때가 가장 예쁘다고 하는데, 팀블태그는 꿀을 먹을 때가 가장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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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차에 치여 죽은 괴물 - 트롤

트롤은 거북이 같은 몸에 뱀 같은 머리를 지닌 공룡 모양의 괴수이다. 길게 찢어진 눈, 날카로운 발톱, 날름거리는 혀, 섬뜩하고 무시무시하다. 이 괴물의 최후는 그 무시무시한 모습에 비해서 어이없다. 비밀 가이드를 안고 도망치는 쟈레드 남매를 뒤쫓아 지하 통로를 달리다, 하수구 맨홀 뚜껑을 열고 도로 위로 올라오다가, 마침 그 위를 달리던 차에 끽~ 치여서 최후를 맞이한다. 차에 치인 트롤이 하수구 밑으로 떨어져 버리고, 사고를 낸 운전기사 아저씨가 뛰어나와, "누가 차에 치였나?" 하는데, 주인공 쟈레드는 "네, 고맙습니다!" 한다. 염라대왕도 감히 못 잡아갈 것 같은 무지막지한 괴물의 최후를 그런 식으로 만든 것을 보니, 이 영화의 작가는 재치있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5. 하늘을 나는 환상의 새 - 그리핀

가장 멋있던 것은 그리핀이다. 트롤도 멋있었지만, 그리핀은 트롤에게서 느낄 수 없는 포스와 아름다움이 있다. 주인공 삼 남매가 그리핀을 타고, 아서 할아버지를 만나러 하늘을 날아오를 때의 그 시원함이란, 그리핀을 내 우상으로 삼고 싶을 만큼 멋졌다. 빛나는 날개를 가진 그리핀의 웅장한 모습을 보니, 이상하게 어두운 밤하늘에서도 그리핀이 날면 빛이 솟구칠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는 환상의 동물 중에서 용을 가장 좋아했는데, 이제 그리핀으로 바뀌었다. 만약 내가 그리핀과 함께 살고 있다면, 지금 그토록 갖고 싶어하는 강아지와 바꾸자고 해도 안 바꿀 것 같다. 그리핀과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여기 다 적을 수는 없지만, 꼭 같이 하늘을 날아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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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우 그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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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괴물 일당과의 한판 대결

보름달이 뜬 밤, 마침내 집 주위의 보호서클을 깨고 쳐들어온 악당 고블린들과 주인공 가족은 어쨌든 결전을 치러야 한다. 주인공 가족은 비밀 가이드에 적힌 대로, 녀석들의 약점인 토마토소스와 식초와 소금 봉지를 두 손에 잔뜩 들고, 온 가구로 집안의 문을 막고, 마룻바닥을 뚫고 올라오는 고블린 군단을 탭댄스를 추듯 팔짝팔짝 뛰어서 막는다. 모든 괴물이 출동했을 때, 쟈레드 가족은 오븐에 토마토소스를 한꺼번에 넣고 폭파시켜 괴물 군단을 전멸시킨다.

7. 뮬가래스의 최후

여기서 승부가 끝나면 재미없다. 모든 악의 근원, 변신술의 귀재, 고블린의 대장 뮬가래스는 죽지 않았다. 나도 이 녀석의 진짜 모습을 잘 모르겠다. 이 녀석은 필요에 따라서 할아버지, 거대한 뱀, 덩치 큰 까마귀, 추악한 괴물로 자유롭게 변한다. 쟈레드 가족이 마룻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누군가 똑똑 문을 두드리며 아수라장이 된 집안으로 들어온다. 그는 쟈레드의 아버지로 변신한 교활한 뮬가래스! 바람을 피우고 가족을 버린 쟈레드의 아버지의 능청스런 사과에 속지 않고, 쟈레드는 칼로 뮬가래스의 배를 찌르고, 굴뚝으로 도망친다. 비밀 가이드를 안고 굴뚝에 대롱대롱 매달려 위험한 쟈레드의 발밑에는, 새를 먹는 엉뚱한 요정 호그스킬이 기다리고 있다. 하나, 둘, 셋, 신호와 동시에 쟈레드는 호그스킬을 향해 비밀 가이드를 던지고, 이를 잡으려 순식간에 새로 변한 뮬가래스는 호그스킬의 입속으로 들어간다.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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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결말은 어떻게

나는 괴수 뮬가래스가 어이없게 죽은 뒤, 과연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까? 무척 궁금했다. 그래서 여러 결말을 상상했다. 주인공 쟈레드가 "드디어 끝났어!" 하고 멋있게 외칠까? 아니면 싸움으로 어질러진 집안을 청소하는데, 진짜 아빠가 들어와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끝날까? 그거보다 훨씬 미래로 지나서 20년 뒤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누나 말로리는 세계적인 펜싱 선수가 되고, 사이먼은 에디슨 뺨치는 발명가가 돼 있고, 쟈레드는 탐험가가 되어서 지구 여기저기를 누비고, 자랑스러운 3명의 아이 덕에 엄마는 더 고생을 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게되고...

9. 딸과 아버지의 재회

그런데 비밀 가이드를 만든 아서 스파이더위크에게는 루신다라는 딸이 있었다. 아서가 시간이 멈춘 요정들의 세계로 잡혀간 후, 홀로 남은 루신다는 6살이었고, 돌아오겠다는 아빠의 말을 기다리며 혼자 빈집과 비밀 가이드를 80년 동안 지키다가 꼬부랑 할머니가 되고, 정신 병원에 갇힌다. 마지막 장면에 할머니가 된 딸 루신다와 아서 스파이더위크가 다시 만나 요정들과 함께 죽지도 늙지도 않는 영원의 세상으로 갈 때, 내 마음속엔 눈물이 흘렀다. 그것은 오랜 세월 쌓인 슬픔이 한꺼번에 기쁨으로 변하면서 녹아내리는 것 같은, 벅찬 눈물이었다. 특히 루신다의 말이 보신각 종소리처럼 내 마음을 쿵~ 울렸다. "아버지, 용서할게요. 돌아온다는 약속을 지켰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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