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우수 블로거

2007. 12. 29. 15:27일기

<꼬마 우수 블로거>
2007.12.28 금요일

책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띵동!" 하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 내 친구 우석이가 놀러 왔나 하고 문을 열었는데, 어떤 젊은 형아가 작은 소포를 건네주었다. 주소가 쓰여있는 포장을 풀고 작은 박스를 열어보니, 티스토리 책도장이 들어 있었다.

모양은 네모난 크리스탈 장식품 같은데 밑바닥에 올록볼록하게 내 블로그 주소가 새겨져 있다. 이야! 바다 속에서 해적들이 건진 보물처럼 투명하구나!

그때, 엄마가 컴퓨터를 켜시며 나를 부르셨다. 2007년 티스토리 우수 블로거 선정 명단이 발표되었다. 우수 블로거로 선정된 100명의 이름을 따라 쭉 내려가 보니, 한참 지나 아래쪽에 내 블로그와 이름이 실려 있었다. 그리고 왼쪽으로 내가 그렇게도 존경하는 썬도그님의 이름이 나란히 실려 있었다. 사실 난 썬도그님 옆에 붙어 있는 게 더 깜짝 놀랐고 기분이 좋았다.

엄마는 축하한다 하시고, 영우는 부러워 죽겠다며 자기도 블로그를 만들고 싶다고 난리를 부렸지만, 나는 꿈을 꾸듯이 얼떨떨한 기분에서 깨어나질 못했다. 그만큼 실감이 나질 않았던 것 같다. 이 쟁쟁한 블로그들 사이에 내가 끼어 있다고? 그래도 되나? 블로그에 일기 글만 올렸을 뿐인데.

나는 좀 부끄럽기도 하였다. 아직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줄 모르는 게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기쁜 소식을 친구들에게 알려볼까 생각해보지만, 그냥 놔두기로 했다. 친구들은 컴퓨터 게임을 더 좋아하고 내 블로그엔 별로 관심이 없다. 역시 나를 아껴주는 가족들과, 우리나라 블로그의 미래를 등에 지고 나갈 우수 블로거님들과 기쁨을 같이해야겠다.

나는 100명의 티스토리 우수 블로거들이 모두 자랑스러운 거인 나무 같고, 내가 그 사이에 낀 꼬마 나무 같은 기분이 들었다. 든든한 거인 나무들 사이에서 자라는 꼬마 나무라! 정말 신나지 않는가! 2008년이 너무 기대된다. 오늘처럼 내가 어리고 작다는 사실이 기뻤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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