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14 첩보원들의 학예회

2007. 9. 14. 00:00일기

<첩보원들의 학예회>
2007.09.14 금요일

우리 반은 학예회 총연습을 하기 위해, 4층 다목적 강당으로 향했다. 아직은 우리 반의 연습 차례가 아니라서 강당 밖 복도에서 줄을 서 기다렸다. 아이들은 서로 마주보고 수다를 떨고 몸을 비틀고 털썩 주저앉았다. 또 우뚝 서 있기만 하는 아이도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이리 저리 돌아다니시기도 하고 다른 선생님과 이야기하시기도 하고 우리에게 무대에서 지켜야 할 몇 가지 사항을 말씀해 주시기도 하였다.

나는 다른 아이들과 이야기하기도 하고 몸을 비틀며 우리가 꼭 첩보 요원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옷이 똑같다는 것 때문이었다. 비록 무대 의상이라 똑같이 맞춘 거지만 나는 왠지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첩보 요원들이 비밀리에 모여서 정보 정리 회의를 하는 것 같았다. 또 선생님은 첩보 부대의 편대장처럼 보였다. 강당 안에서는 비밀리에 회의가 진행 중이고 우리들은 차례를 기다리는 부대인데 나는 '음, 비밀이 새어 나가서는 안돼지!' 하며 어깨에 힘을 주며 눈을 가늘게 뜨고 <접근 금지>라고 써있는 복도 끝 문을 쳐다보았다.

선생님이 "자, 이제 가자!" 하시면서 내 상상은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렸다.

첩보원들의 학예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