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음악회 감상문

2011. 8. 21. 09:20일기

<뒤늦은 음악회 감상문>
2011.08.18 목요일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니 담임 선생님께서 전화를 거셨다고 한다. 개학한 지 3일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방학 숙제를 안 내서 꼭 가져오라고! 나는 '어마, 뜨거!'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난처하였다.

우리 선생님은 음악 선생님이라서, 클래식이나 국악 연주회를 직접 보고 소감문을 한 편 써오라는 방학 과제물을 내셨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얼렁얼렁 미루다가, 내가 찜한 덕수궁에서 열리는 무료 재즈음악회 기한을 놓치고 말았다.

갑자기 음악 감상문을 쓰려니 막막했다. TV에서 보았던 <나는 가수다>에 대한 감상을 써볼까? 아니지, 클래식 음악이어야 한댔지? 나는 낯익은 한 편의 클래식 음악을 인터넷에서 찾아 들으며 즉흥적으로 감상문을 작성했다. 내일 선생님께서 이 감상문을 받아주실지 모르겠지만, 과제물에 소홀한 행동에 대해선 책임지기로 마음먹었다.

<베토벤의 월광> - 1학년 4반 권상우

밀린 방학숙제는 해야 하고 음악회나 연주회에 갈 시간은 없는데, 방학은 끝나간다. 평소에 음악을 좋아하지만, 클래식에 대한 음악 지식은 그다지 풍부하지 못한 나는, 엄마의 추천으로 인터넷에서 베토벤의 '월광'을 찾아 듣게 되었다. 사실 월광, 월광...  제목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어떤 곡인지 정확히 몰라서 처음 듣는 음악이라 생각하며 기대를 가지고 들었다.

처음 시작 부분은 꼭 요즘 하늘에서 비가 찔끔찔끔 내리는 것처럼, 그러나 찝찝하지 않고 맑고, 투명하게 선명한 소리가 되어 모였다.
조금 지나 음악은 좁고 물살이 빠른 강을 건너는 한 작은 배처럼, 격렬하게 변해갔다.
그리고 꺼져가는 불씨처럼 다시 가라앉는다.
그리고 서서히 소리가 커진다.
꼭 겨울이 가고 봄에 새싹이 트는 것처럼 이번에는 조용하지만, 다채로운 음색이 귀를 감싸 안는 꽃밭처럼 느껴진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이어지는 피아노 연주가 부드러운 물결처럼 울리고, 스타카토 음들이 잔잔한 물에 떨어지는 물방울 같다.
이제는 유유히 흐르는 물살처럼 부드러운 음이 작게 이어진다.
이번에는 어느 순간 물이 불어난 강처럼 음이 확! 올라가서 여러 음역대를 넘나들며 요동친다.
다시 부드럽게 흐르며 올라가고, 다시 내려갔다 올라가고, 피아노 소리가 빗발치는 비처럼 쉴 틈을 주지 않고 또렷하게 끊이지 않는다.
작았다가 컸다가 끝은 크고 웅장하게! 그러다 마르는 강처럼 다시 잦아든다.
인류의 발전이 순식간이었던 것처럼, 갑자기 침묵 속에서 많은 음들이 탄생하고 어지럽게 마구 떠돈다.
작고 흐트러진 음들 속에서 굵은 음이 나오고, 또다시 저음에서 고음까지의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쫓고 쫓기는 양과 늑대처럼 음이 무수히 바뀌고, 큰 음이 한 번 번개처럼 친 후 막이 내려진다.
참 명화 같은 음악이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이 곡을, 베토벤이 '줄리에타'라는 여자 한 명을 위해 작곡했다는 사실이다. 베토벤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부모님의 생일 선물로 그런 곡을 지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 기회를 계기로 베토벤의 음악을 더 많이 듣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 옛날 내가 책을 읽을 때 느꼈던 행복처럼 자꾸자꾸 호기심이 나니까!

<비록 음악회에 직접 가지는 못했지만, 이렇게라도 했습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다음번엔 꼭 직접 음악회에 가서 생생하게 느낀 글을 쓰겠습니다!>

뒤늦은 음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