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이 시큼한 홍어의 맛

2011. 4. 20. 09:05일기

<코끝이 시큼한 홍어의 맛>
2011.04.16 토요일

컹~ 킁~! 콧속으로 병원의 소독약과 식초를 섞은듯한 미묘한 냄새가 전해져 왔다. 꼭 어릴 때 숨을 헐떡거리면서 심하게 울면 코끝에서 그런 냄새가 났던 것 같은데 말이다.

계속 맡고 있자니 머리가 조금 띵해져서, 나는 내콧가에 젓가락으로 집어 가져갔던 빨간색과 검은색이 섞인 홍어라는 살덩이를 내려놓았다.

오늘은 우리 외가가 오랜만에 다 모인 경축스러운 날이었다. 왜냐하면, 오늘이 바로 할머니께서 70번째 맞이하는 생신이기 때문이다. 8년 전, 할아버지의 칠순 때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엄마, 큰삼촌, 작은삼촌은 항상 미안하게 생각하셨나 보다.

처음에는 뷔페 식당 같은 데서 잔치를 하려다가, 다시 계획이 바뀌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하려고 했다가, 할머니 취향에 맞지 않는 것 같아, 집 앞에 있는 매생이 집에서 외식하기로 하였다. 나는 조금 불만이었다. 내 초등학교 졸업식 날에는 내가 먹고 싶었던 자장면 대신, 할아버지 취향에 맞추어서 밥과 된장찌개를 먹었는데, 그 생각을 하니 조금 배가 아팠다. 그 많은 음식 중에서 하필 매생이가 뭐야?

그래도 할머니가 태어나신 지 70년이나 되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워, 마음을 고쳐먹고 임하기로 했다. 하긴 나는 친가, 외가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두 분 다 살아계신 참 복 받은 녀석이다. 그런데 막상 식당으로 들어가니, 매생이 전문점이고 주된 메뉴가 해산물이기 때문에, 나랑 영우, 이제 8살, 3살 난 조카들이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특히 8살인 진우는 숟가락을 들고, 매생이 국을 멀뚱멀뚱 허탈한 눈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요리 중에는 낙지 익힌 것과 처음 보는 '홍어 삼합'이라는 메뉴가 있었다. 어떤 맛일지 상당히 궁금했다. 홍어는 김치와 돼지고기와 함께 접시에 3등분으로 담겨 있었다. 큰 삼촌은 보쌈과 김치에 홍어를 끼워 먹으며, 나에게도 그렇게 먹어보기를 권하셨다. 작은 삼촌은 처음 홍어를 먹을 때에 차마 삼키지 못했다고 했고, 옛날에 어떤 블로그에 들어가 보았을 때, 홍어의 맛에 관한 글을 본 기억이 떠올랐다.

거기서는 홍어를 다른 물고기들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이한 향과 맛이 나며, 먹기가 상당히 꺼려지고 웬만한 미식가가 아니면 맛있게 즐기기 어려운 음식이라고 소개했었다. 내 생각에도 홍어 냄새는 절대로 향기롭다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난생처음 보는 홍어를 먹어보고 싶은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냄새도 신비롭고 생김새도 특별한데 맛은 어떨까?'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나는 마침내 보쌈, 김치, 홍어를 차례대로 쌓아서 젓가락으로 집은 후에 입을 아~ 벌렸다.

아금짝~ 아금짝~! 처음에는 고기와 김치의 맛 밖에 나지 않았다. 점점 홍어의 강렬한 맛이 느껴졌는데, 신기하게 홍어는 잘 씹히지가 않을 정도로 딱딱하였다. 새큼새큼, 알싸알싸한 맛이 입안을 가득 메우고, 나는 잘 씹어지지 않는 홍어를 그대로 식도에 밀어 넣었다. 그 순간 홍어의 강렬한 맛이 느껴졌다. 입과 코에서 톡 쏘며 시큼 새큼 매큼~ 보이지 않는 연기가 마구 올라오는 것 같다. 이걸 무슨 맛이라고 해야 할까? 참 어렵고 미묘한 맛이구나! 나는 물을 수 없이 마셨다.

코끝이 시큼한 홍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