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소하는 날

2011. 3. 8. 10:00일기

<대청소하는 날>
2011.03.05 토요일

오늘은 내가 기대하던 우리 학교 대청소 날이다. 입학식 날, 내가 본 교실은 60년 동안 한 번도 청소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더러웠기에, 나는 이날을 벼르고 별렀다.

원래는 어제 대청소를 하기로 해서 청소에 필요한 준비물을 다 챙겨왔었는데, 사물함에 넣어놓고 오늘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각 학급 별로만 청소한다고 하고, 다음 주로 또 대청소가 미루어졌다.

하여튼 나는 오늘만큼은 1년 동안 내가 쓸 교실이니, 정말 열심히 쓸고 닦으리라! 마음먹었다. 청소를 마친 후, 반짝반짝 햇빛을 받아 윤이 날 교실을 생각하니 가슴이 설렜다. 하지만, 1, 2교시에는 임원 선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3, 4교시에는 계속 봉사활동에 대한 동영상만을 보았고, 어느새 학교는 끝날 시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오늘도 청소를 안 하는가? 맥이 풀렸다.

그런데 마침 선생님께서 오늘 봉사활동 동영상을 볼 때, 떠든 사람은 남아서 양심적으로 청소를 하고 가라고 하셨다. 나는 동영상을 볼 때, 뒤에 앉은 아이와 공책에 뭘 써가며 떠들었기에 기꺼이 남았다. 오! 얼마나 기다렸던 청소인가? 그런데 봉사활동 동영상을 볼 때 선생님이 안 계셨고, 동영상이 지루했는지 반 아이들 대부분이 떠들어서 거의 남아 청소를 시작했다.

나는 엄마가 준 앞치마를 두르고, 고무장갑을 끼고 감촉이 부드러운 마스크를 끼고, 걸레를 빨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복도 화장실에는 남학교라서 어차피 남자밖에 없을 텐데, 왜 굳이 남자 표시를 붙여 놓은 건지 모르겠다. 나는 수돗물을 옷에 튀지 않게 적당히 틀어놓고, 걸레에 물을 묻히면서 양손으로 걸레를 마구 비볐다. 걸레는 적당히 촉촉해졌고, 물을 많이 머금었는지 조금은 무거워졌다.

나는 수건을 비틀고 물이 잘 빠졌는지 보려고 툴레툴레 수건을 돌렸다. 그리고 청소 준비가 다 된 나는 깊은 산속에 있는 탄광촌에서 석탄을 캐는 광부가 된 기분으로, 숨을 일부로 소리 내서 "후하후하" 쉬며 우리 반 벽 쪽으로 다가갔다. 복도 벽은 가까이서 보니, 이상한 얼룩이 훨씬 많고, 지저분했다. 나는 벽에 걸레를 세게 부딪쳤다. "착~!" 벽에 달라붙는 걸레의 소리가 정말 시원하였다.

슥슥삭삭~ 걸레가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얼룩이 조금씩 지워져 갔다. 물걸레에 묻어나오는 먼지를 보니 가슴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나 말고도 많은 아이가 벽에 매달려 청소를 한 덕분에, 벽은 금세 빛이 나기 시작하였다. 나는 다른 아이들이 보지 못한 곳을 찾아내어 닦았다. 바로 복도 쪽 창문이었다. 복도 쪽 창문틀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시꺼먼 먼지가 그대로 배어 나왔고, 한번 건드리니 꼭 엄청난 바람이 분 것처럼 엄청난 먼지가 날렸다!

나는 60년 묵은 때를 벗겨 낸다는 기분으로 쓱싹쓱싹~ 온 힘을 다해 정성껏 닦았다. 매캐한 냄새마저 나고, 뾰족한 유리조각도 있던 그 창문틀을 다 닦으니, 다시 옛날에 영광을 되찾은 것처럼 빛났고, 나의 노란빛 걸레는 검은 염색을 한 것처럼 변했다. 나는 시커먼 숯이 묻은 것처럼 꾀죄죄한 걸레를 비누로 깨끗이 빨아준 후에, 가방을 메고 아이들과 함께 햇살이 들어오는 복도에 섰다. 그리고 양심 있는 신입생들이 힘을 모아 청소한 교실과 복도를 흐뭇하게 감상하였다.

대청소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