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와쨔쨔님과 저녁 식사를!

2011. 2. 19. 08:31일기

<뿌와쨔쨔님과 저녁 식사를!>
2011.02.16 수요일

스르르르~ 회전문이 열리고, 거기서 대학생처럼 젊은 아저씨가 저벅저벅 걸어나왔다. 그리고는 천천히 다가오더니, 오른손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총처럼 세워서 나를 가리키고 "상우님, 맞으시죠?" 하였다. 나는 "네, 맞습니다! 뿌와쨔쨔님!" 대답하였다.

오늘은 5년 만에 미국에서 한국으로 잠깐 짬을 내어 들르신, 유명한 블로거 뿌와쨔쨔님과 만나기로 한 날이다. 그래서 오늘은 학교에서 일찍 돌아와 깨끗하게 머리도 감고, 뿌와쨔쨔님과 만날 준비를 여유롭게 해서 나가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조금만 더 놀자는 친구들의 유혹에 못 이겨 결국 집에도 못 들리고,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허겁지겁 뿌와쨔쨔님을 만나러 광화문 올레스퀘어로 달려갔다. 다행히 약속시각에 늦지않아 올레스퀘어 휴게실 의자에 앉아서 휴~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 뿌와쨔쨔님은 굉장히 젊고 잘생기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안경을 쓰고 계셨다. 뿌와쨔쨔님은 역시 당당한 뉴요커답게 먼저 "상우형님, 우리 저녁을 먹으러 가 볼까요? 무엇을 먹고 싶은가요?" 물으시면서 활짝 웃으셨다.

"그러죠! 뭘 먹을지는 천천히 생각해요!" 나는 이렇게 말한 뒤, 뿌와쨔쨔님과 함께 올레스퀘어에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 세종문화회관 골목길 쪽으로 들어섰다. 바람이 불고 쌀쌀한 날씨였지만, 유명한 뿌와쨔쨔님과 함께 걷는 것이 재미있고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뿌와쨔쨔님은 "상우형님, 제가 여기 오랜만에 와봐서 무어가 맛있는지 잘 모르겠군요! 혹시 먹고 싶은 것이나, 무언가 추천할 만한 것이 있나요?" 하고 물어보셨다. 나는 이 근처를 잘 안 다녀보았고, 선뜻 생각나는 것이 없어서, 뿌와쨔쨔님이랑 세종문화회관 뒷골목을 찾아 헤매기만 하였다.

뿌와쨔쨔님은 "아이 참, 뭘 먹을까?" 하시다가 "상우님, 돈까스가 어떨까요?" 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돈까스 전문점을 찾아 헤매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전문점이 나타나지 않아 꼬치구이 집에 들어가서, 나는 돈까스를 시키고 뿌와쨔쨔님은 김치 우동을 시키셨다. 그리고 우리는 바삭바삭~ 훅훅~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나는 "뿌와쨔쨔님, 돈까스 좀 드셔 보세요!" 하고 접시를 내밀었는데 "아, 괜찮습니다. 저는 얼마 전부터 채식을 시작해서요!" 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아, 대단하군요. 저는 얼마 전에 채식을 시도해봤는데 이틀 만에 끝났답니다." 했더니 "그렇군요, 채식이 좀 힘들어요. 전 2주 됐답니다! 상우형님!" 하셨다.

나는 머뭇거리며 "뿌와쨔쨔님, 형님이라고 부르면 제가 너무 죄송합니다. 형님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했다. 그랬더니 뿌와쨔쨔님은 어린이같이 눈을 반짝반짝하시면서 말씀하셨다. "전 이렇게 생각해요. 상우형님, 세상엔 정말 여러 사람이 있어요. 상우님을 처음 본 사람은 초등학생이라는 것만으로 상우님을 판단하고 깔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상우님의 진가를 알아보고 형님이라고 부르는 어른도 있을 수 있는 거죠!"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으로 '우와~'하고 입이 벌어지며, 뿌와쨔쨔님의 인격에 엄청 감동을 하였다. 나는 돈까스를 와그작와그작~ 먹으며 뿌와쨔쨔님께 물었다.

"평소에 취미가 뭐세요?" 뿌와쨔쨔님은 빵 만드는 일과 남의 사진 찍어주는 일을 좋아한다고 하셨다. 특히 사진을 찍어줬을 때 남들이 자기 사진이 잘 나온 것을 보고, "우와, 나한테 이런 매력이 있었네, 꼭 모델 같애!" 하면서 기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좋다고 하셨다. 뿌와쨔쨔님은 대화를 생동감 넘치게 하셨고, 내가 책에서 본 듯한, 여러 가지 인물을 합쳐놓은 것 같은 특이한 분이셨다. 나는 뿌와쨔쨔님과 "음~", "오우~!", "우와~!" 하면서 계속 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나 자신이 쉬지 않고 수다를 떨고 있는 것에 놀랐다.

인터넷을 통하여 어느 정도 친한 사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정말 오래된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새 접시는 모두 비워지고, 우리는 나와서 광화문 앞을 걸었다. 나는 우리 집 방향으로 가는 길을 무의식적으로 걸으며 계속 신이 나서 이야기했다. "저는 어릴 때, 아니 지금도, 가끔 저희 모두가 사실은 초 고도화 문명의 외계인인데, 오래전에 멸망한 문명인 인간 문명을 체험하기 위해, 인간 체험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자 뿌와쨔쨔님은 "참 재미있는 상상이네요! 저도 어릴 때 비슷한 상상을 하였답니다!

사실 이 세상에는 제가 모르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는데, 온 세상 사람들이 저 때문에 그 비밀을 은폐하고, 연극을 펼쳐서 아닌 것처럼 하는 거예요! 예를 들자면, 저기 서 있는 정부중앙청사 경찰 아저씨도 사실 모든 비밀을 알고 있지만, 저에게 숨기기 위해 정부중앙청사 경찰인 척 연기를 하는 것이죠!" 하시며 환하게 웃으셨다. 뿌와쨔쨔님은 우리 집까지 밤이 늦었다고 바래다주셨다. 경복궁역 앞을 지나면서 뿌와쨔쨔님은 미국의 다양한 노숙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어느덧 우리 집 근처까지 왔을 때, 뿌와쨔쨔님은 "후~ 집이 바로 가깝다고 하셨는데 생각보다 머네요!" 하셨다.

우리 집 가는 골목길 어귀에는 밤에 보면 좀 으시으시한 건물이 있다. 담쟁이 덩굴에 여러 가지 장비들이 얼키설키 달려있고, 꼭대기에는 안테나도 몇 개 달렸다. 아직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지만, 아마 낡은 고물상일 듯싶은 그 건물을 뿌와쨔쨔님은 보시고 "우와! 저 건물은 꼭 이상한 과학자가 연구를 하기 위한 비밀기지 같네요! 아! 혹시 외계문명과 통신을 하는 곳 아닐까요?" 하셨다. 나는 힉~ 웃으며 "멋진 상상이에요!" 하였다. 내가 생각하는 바로는 뿌와쨔쨔님은 화성인이 와도 금세 친하게 지내실 것 같다!

뿌와쨔쨔님과 저녁 식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