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스퀘어의 저녁

2010. 10. 29. 09:38일기

<올레스퀘어의 저녁>
2010.10.27 수요일

나는 엄마와 함께 오후 5시 20분쯤, 광화문에 있는 올레스퀘어 건물 1층에 도착했다. 로비 왼쪽으로는 커피 냄새가 살짝 살짝 진동하는 카페테리아가 있었고, 오른쪽에는 새로 나온 핸드폰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위이이잉~! 갑자기 핸드폰 진동이 바지 왼쪽 주머니에서 요란하게 마구 울렸다. 나는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폰 중, 아이폰 4를 재미있게 눌러보다 말고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에서는 "상우군?"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전화기에서만 소리가 나는 게 아니라, 바로 주위에서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네, 상우입니다!" 대답하며 주위를 두리번두리번거렸다. 전화기에서는 "상우군, 저 지금 도착했는데, 어디 있어요?" 하고 물어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아, 저 지금 스마트폰 해보는 곳에 있는데..." 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고개를 뒤로 돌리는 순간, 한 사람이 '아, 찾았다!' 하는 표정으로 전화를 끊고 나에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김현 사회복지사님으로, 나를 이번 올레스퀘어 TEDx광화문 강연에 초청해주신 분이다.

TEDx 광화문이란 사회복지사들이 여는 모임인데, 타 분야에서 바라보는 사회복지에 대한 관점을 주제로 연사들을 초청해 강연할 계획이다. 나는 이 강연 무대에 강연자로 선다. 복지사님은 "상우군! 반가워요!" 하며 밝게 인사를 하셨다. 복지사님은 먼저 노트북 칸으로 가서, TEDx 행사에 관하여 포스터와 정보를 보여주시고, 무대 감독님을 만나, 나와 엄마에게 내가 강연을 하게 될 무대를 안내하셨다.

무대는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넓지 않았다. 나는 건너편에 세종문화회관이 있어 그것처럼 무대가 어마어마할까 봐 겁을 먹었는데, 살짝 안도가 되었다. 하지만, 무대 위에 직접 올라가 보니 정말 넓어 보였다! 객석에서 보면 무대가 작아 보이는데, 무대에서 보면 관객석이 그렇게 커 보일 수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관객석에 관객이 가득 차서 차가운 눈초리로 나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무대 앞에는 신기하게 가운데에 출입문이 있고, 무대 왼쪽, 오른쪽으로 좌석이 계단처럼 펼쳐져 있었다.

나는 얼빠진 얼굴로 객석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무대 감독님께서 강연을 할 때에 정면을 보고 하면 안 되고, 좌우를 고개를 흔들 듯하면서 강연을 해야 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하여 주셨다. 나와 엄마는 밖으로 나와 의자에 앉아 무대 감독님과 복지사님이 시켜주신 카푸치노와 핫쵸코를 대접받았다. 엄마는 "어휴, 얘가 그럴 자격이 있는 건가 모르겠네요~!" 하셨고, 복지사님은 "블로그를 보니까 잘할 것 같아요~!"하시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나는 쑥스러워 핫쵸코만 꼴짝 꼴짝 마셨다.

복지사님은 첫째로 강연을 할 때 시간의 순서를 정하는 것과 둘째로는 내가 강연할 내용을 메일로 보내주는 것을 의논했다. 나는 복지사님의 말을 귀담아들으면서도, 그때까지 어떻게 그 큰 무대에서 강연할지 바짝 얼어 있었다. 하지만, 강연이 모두 끝난 뒤 소셜 파티를 한다는 말을 듣고는 눈이 번쩍 뜨였다. 지하에 있는 맛있는 해물 뷔페를 먹으면서, 사회복지사 분들과 친목을 다지며 이야기를 한다니, 나는 내가 어른이 된 줄로 착각했다.

그 장면이 꼭 영화 속의 그림처럼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내가 어른이 되어, 사회복지사 분들과 우리나라의 참된 사회복지를 화이팅하며 맥주를 건배하는 모습이! 나는 마지막으로 복지사님과 인사를 나눈 뒤, 한 번 더 올레스퀘어의 무대를 바라보았다. 세상에는 오늘 만난 복지사님처럼, 자신이 가진 재능과 열정을 좋은 일에 쓰는 어른들이 많다는 생각에 희망이 느껴졌다. 그리고는 마음속으로 다짐을 해보았다. '저 무대 위에서 객석을 쳐다보며, 관객들의 마음에 보석처럼 박힐 연설을 준비해 보아야지!'

올레스퀘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