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진 안경

2010. 7. 21. 09:00일기

<깨어진 안경>
2010.07.19 월요일

오늘은 유난히 더워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났다. 학교에서 받은 묵직한 새 교과서를 가방에 한가득 메고 오는데, 몸은 무겁고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땀은 폭포수처럼 흘렀다. 꼭 숯불 가마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처럼 옷이 끈적끈적,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오늘이 초복 날이라는데, 꼭 내가 닭 대신에 고기가 되어 익는 기분이었다. 아무튼, 이 일은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더운 날에 일어난 일이었다! "잘 가, 석희야! 잘 가, 민석아!", "그래, 상우야, 잘 가!", "너도 잘 가!" 우리는 각자 집으로 가는 4단지의 끝 길에서 뿔뿔이 헤어졌다.

"허억허억~" 정말로 더웠다. 사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시무시한 태양이 커다랗게 떠서, 나에게 햇빛을 내려보내 지렁이처럼 말려 죽이려는 듯하였다. 덥고 습한 바람마저 불어와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몸도 너무 지쳤다. 누가 나에게 얼음을 띄운 물 한잔만 준다면, 나의 손목도 잘라줄 수 있을 텐데! 생각이 들 정도였다.

5단지 입구의 오르막 풀밭을 오를 때 쯤이었다. 다행히도 그늘이 있어서, 나는 더위에 지친 내 머릿속의 컴퓨터를 식히고, 새롭게 재구성을 하는 중이었다. 정신이 점점 돌아올 때쯤이었다. 갑자기 오른발 끝에 무언가 탁~! 하고 걸리는 느낌이 있었다. "어어~!" 나는 어떻게 손쓰기도 전에, 벌써 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아주 서서히 느리게, 꼭 거대한 나무가 쓰러지듯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철퍼덕~!" 꼭 진흙탕에 빠지는 듯한 소리가 시원하게 났다. "으으~!" 나는 얼른 다시 일어서서 바지를 털었다. 그런데 안경이 무언가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들었다. 꼭 금이 간 것 같은 이상한 하얀 선이 쫙 그어져 있었다. 그 순간 다시 땀이 머리끝에서부터 삐질삐질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히 더워서 나는 땀이 아니었다. 무언가 불길하고 조바심에서 오는 소름 돋는 땀이었다. 긴장되었다.

나는 퍼뜩 '만약에 이게 진짜로 금이 간 거라면, 바꾼 지 얼마나 됐다고! 엄마 얼굴을 어떻게 보나? 그래 상우야, 진정하자! 금이 아니라 무언가 묻은 걸 수도 있어! 안경을 벗고 천천히 확인해 보는 거야!'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양손으로 안경테를 한쪽씩 잡아, 서서히 위로 들어 올렸다. 아! 안경에는 금이 가 있었다. 그것도 금이 한 갈래가 아니고, 8방향 별모양으로 예쁘게! 나는 순식간에 눈물이 찔끔 나왔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넘어진 풀밭에 내 안경이 부딪힌 곳에는, 꼭 뿔처럼 뾰족한 돌이 툭 튀어나와 있었다. 만약 이 안경이 없었다면! 내 눈은 지금쯤... 으~! 생각하기도 싫다!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시무룩하게 말했더니, 엄마는 눈을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며 나를 꼭 안아주셨다. 그리고 당장 안경알을 고치러 나간 다음, 맛있는 복날 밥을 먹었다. 나는 오늘 하나 깨달았다. 안경의 렌즈가 깨진 것 보다, 내가 안전한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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