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집에서 먹은 치즈 떡볶이

2010. 7. 12. 09:00일기

<친구 집에서 먹은 치즈 떡볶이>
2010.07.10 금요일

오늘 친구들과 영우와 오후 내내 축구를 하였다. 우리는 지치고 힘들고 목말라서 각자 집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재호가 "야, 우리 집에 가서 좀 쉬자!" 하였다. 마침 재호는 우리 집 바로 옆라인 1층에 살고 있어서 가까운 거리였다.

영우랑 나랑 재호는, 더운 날씨에 땀에 옷이 쩔어붙은 상태로 싸움이라도 한바탕 한 것처럼 절뚝거리며, 서로 부축을 하고 재호네로 들어갔다. 그러나 곧 나는 재호 엄마 앞에서 "안녕하세요?" 하고, 90도로 인사를 하며 공손한 아이로 돌변했다. 그러니 영우도 따라서 "안녕하세요?" 하며 카랑카랑하고 예쁘게 인사하였다.

재호 어머니께서 반갑게 맞아주시며, 배고플 테니까 떡볶이를 만들어준다고 하셨다. "저, 저는 괜찮은데...", "아니야, 상우와 영우도 먹고 가렴!" 우리는 마루에서 TV를 보고, 재호 어머니는 부엌에서 가래떡으로 무언가를 조리하셨다. 미묘하게 매콤하면서 달짝지근한 냄새를 맡으니, 저절로 코가 홈홈~ 하며 끌리는 것이었다. 드디어 "자, 이리 와서 얼른 먹으렴!" 재호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며 손목을 털었다.

식탁에 차려진 것은 주황색과 하얀색이 섞인 특이한 떡볶이였다. 우리는 "감사합니다!" 하고 식탁에 앉아 냄새를 한번 훕~ 들이키고, 젓가락으로 둥글넓적한 떡 하나를 쿡~ 찍어 입에다 넣었다. 재호 어머니께서 "맛은 괜찮니? 치즈 떡볶이란다!" 하셨다. 나는 "정말 맛있어요!" 하고 말했다. 영우도 "진짜 맛있다!" 하며 쭐꺽쭐꺽~ 떡볶이를 입에 한껏 넣고, 볼을 부풀리고 돌려가며 복스럽게 먹었다.

재호는 "음~ 맛있다!" 하면서 턱을 위아래로 부딪히며 먹었다. 나는 오른쪽 입 구석에다가 떡볶이를 하나 넣고 잘근잘근 씹었다. 떡볶이 특유의 쫄깃쫄깃한 맛이 있으면서도, 매콤달콤하고 치즈가 들어가 이렇게 고소하고 느낌이 풍부할 수가! 지금까지 카레 떡볶이, 자장 떡볶이는 보았지만, 이렇게 특이하고 맛있는 떡볶이는 처음 먹어보았다. 나는 다 먹고 남은 소스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맛있는 떡볶이를 만들어주신 재호 어머니께 감사하고, 또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와 맛난 것을 먹으니 죄송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맛있게 다 먹었는데, 재호 어머니께서 "상우는 입에 잘 맞는가 보구나!" 하면서 한 접시 더 떠주시는 것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거부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러기 어려워서 이번에도 결국 다 비웠다. 이제 배가 불러서 더부룩했는데, 재호 어머니께서는 "조금 더 먹어라!" 하시면서, 남은 떡볶이를 다 긁어주셨다.

이제 아무리 맛있어도, 너무 많이 먹어 자신이 없었지만, 차마 미안해서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때 내가 다시 한 점 먹다가 치즈가 턱에 수염처럼 떨어졌다. 나는 둔해서 그걸 알아채지 못했는데, 재호가 "상우야, 너 거기~!" 하면서 내 턱을 가리켰다. 나는 왼손 검지로 턱을 한번 훑어 보았다. 찐득한 치즈 소스가 손에 묻어났다. 그걸 본 재호 어머니와 재호, 재호 동생 소담이, 영우는 "파하하~!" 하고 웃었다. 후식으로 팥빙수까지 얻어먹은 나는 결국 집에 와서 저녁을 먹지 못하였다!

친구 집에서 먹은 치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