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치기 비법

2010. 7. 1. 09:00일기

<벼락치기 비법>
2010.06.30 수요일

기말고사를 이틀 앞둔 꿉꿉한 날씨다. 나는 내 땀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모기를, 손바닥으로 탁탁~ 잡아가며 책상과 씨름하듯 앉아 있다. 기말고사는 아무래도, 여름방학 전의 1학기 기말고사가 초조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중상위권에 있는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성적은 유지해야 하고, 라이벌에게 지고 싶지도 않고, 이제는 1등도 해보고 싶고...

하지만, 날씨는 더 좋아져 화창한 햇살이 날 부르고, 나의 영혼은 이미 축구장과 자전거 위에 앉아 있다! 아, 어떡하랴? 언제나 미리미리 시험 준비를 해야지 다짐하지만, 이런 계획들은 거의 수포로 되돌아갈 뿐! 이렇게 계획이 어그러졌을 때, 모든 1등을 못하는 상위권, 평균 70점 정도의 중위권 초등학생들을 위해서, 내가 항상 써먹는 벼락치기 비법을 써볼까 한다.

첫 번째 과목은 국어다. 국어는 평소에 읽는 것을 습관화하는 게 도움이 된다. 시험 볼 때도 문제를 한번, 두 번, 세 번까지 읽어보는 게 실수를 덜하는 것 같다. 대부분 문제들은, 문제 속에 답이 나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순서를 차례대로 배열하는 문제는 꼭 나오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토론의 순서라든지, 토의의 순서라든지, 적어도 이런 것들은 시험 보기 전에, 말뜻을 정확하게 알아두어야 한다. 그리고 문제를 내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어떤 답을 요구하는가? 를 생각해본다면, 답 맞히기가 훨씬 쉬워질 것 같다. 나는 특히 이것에 막혔다. 출제자의 의도를 이해 못 하고 내 주관적으로만 이해해서 답을 쓰기 때문에, 어떤 건 예상 밖으로 맞고, 어떤 건 엉뚱하게 틀린다.

두 번째는 언제나 점수를 깎아 먹었던 과목 수학이다. 수학하면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한 부류는 수학이라면 도가 튼 부류이고, 한 부류는 다른 과목보다 수학이 많이 떨어지는 부류이다. 나는 불행히도 수학을 좋아하면서도 점수는 안 나오는 부류이다. 사실 수학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하는 과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은 오랜 경험과 많은 문제풀이를 통해 가능하기에, 벼락치기 하기로는 가장 까다로운 과목이다. 우리 반에서 괴물같이 공부를 잘하는 여학생이 있다.

그 아이의 공부하는 패턴을 보면, 시험 끝나고 2주 정도는 쉬다가, 서서히 공부의 불을 붙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시험 발표가 날 때면, 거의 모든 공부를 한 차례 끝낸 상태가 되고, 그다음부턴 계속 반복 학습에 들어간다. 우리는 그 아이처럼 괴물같이 공부할 수가 없기에, 시험 기간이 되면 자신의 약점을 최대한 빨리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부모님, 혹은 선생님께 모르는 것을 물어보고 넘어가야 한다. 그런 식으로 가장 끙끙거렸던 문제를 몇 문제 풀고 나면, 수학은 더 어렵기만 한 상대는 아니다. 각 단원의 단원 마무리 위주로! 마지막 남은 수학 공부에 의욕과 재미를 붙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는 전형적인 암기 과목이다. 도저히 피할 수가 없다. 특히 시대별로 여러 사람의 이름을 외워야 한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박지원, 박제가, 홍대용, 열하일기, 북학의, 의산문답... 학자와 그 사람이 쓴 책, 업적을 다 외워야 하기 때문에, 내가 왜 이것을 외우고 앉아 있나? 짜증이 난다. 그래서 차라리 문제집을 푸는 것보다는, 친구와 함께 그 사람의 이름과 업적을 퀴즈로 맞히면서 공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본다. 하지만, 사회는 외우고 단답형으로 맞히는 문제를 내는 것 보다는, 역사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바라본 내 생각을, 어떤 논리력을 뒷받침하여 글 쓰는 게 나을 것 같다. 동학 혁명의 의의라든지, 내가 본 녹두 장군 전봉준이라든지 말이다.

마지막은 과학! 은근히 쉬워 보이지만, 같아 보이는 것이라도 다른 것이 많아 헷갈린다. 예를 들면 수소와 산소의 성질은 불과 관련되었지만, 수소는 스스로 잘 타고 산소는 다른 것을 잘 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또 이산화탄소를 잘 발생시키는 것은 탄산칼슘인데, 수소를 잘 발생시키는 것은 마그네슘이다. 이것은 수첩에다가 메모해서 헷갈릴 때마다 한 번씩 꺼내보자. 실험하면서 선생님의 말씀을 자세히 들었다면, 더 도움이 된다. 안 그러면 과학은 선생님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해야 한다. 모르는 게 생각날 때마다 물어봐야 한다. 수업 시간 중에 앞에 나가서 물어봐도, 선생님은 싫어하시지 않는다. 이게 바로 언제나 1등을 기약하는 권상우의 벼락치기 비법이다. 단 이것은 내 관점에서 쓴 글이고, 너무 자주 사용하다 보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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