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보다 커버린 나

2010. 6. 9. 09:00일기

<엄마보다 커버린 나>
2010.06.08 화요일

학교 갔다 와서 샤워한 뒤, 옷을 입고 드라이를 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엄마가 키를 재보자고 내 옆에 서보셨다.

화장대 거울에, 나와 내 옆에선 엄마의 모습이 나란히 비추어졌다. 나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는 나와 엄마의 키가 비슷비슷했었다.

때로는 엄마가 키높이 신발을 신으셔서 잘 느끼지 못했는데, 거울로 보니 어느새 내 키가 엄마보다 훌쩍 더 커 있었다. 5학년 때만 해도 엄마보다 작았던 나는, 이런 날이 올 줄 상상하지 못하였다. 아니, 상상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네 살인가, 다섯 살인가? 할인마트에서 엄마를 잃어버려, 미아보호소에서 방송을 하고 기다리고 있을 때, 엄마가 달려오셨다. 그때 고개 숙여 나를 안아주던 엄마는 정말로 커 보였다. 그래서 언제나 엄마가 나를 내려다보고, 내가 엄마를 올려다보며, 언제나 엄마의 그늘 아래에서 꿈을 꿀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엄마보다 커졌고, 더는 엄마의 그늘 아래에 들어갈 수도 없다. 그리고 머지않아 내가 엄마를 내려다볼 날이 올 거다. 나는 점점 젊고 커가며, 엄마는 늙어가신다. 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이다. 난 아직 엄마가 나보다 크고, 나를 내려다볼 수 있다고 박박 우기며 믿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착각 속에서라도 살고 싶은데...

그러나 커가면서 언젠가 이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겠지. 세상은 변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없을 테니까! 다만, 엄마가 나를 내려다보고 웃어줄 때, 말 잘 안 듣고 속 썩인 것이 미안할 뿐이다. 나는 참 묘한 아이다. 엄마가 하라는 것은 끝내 하기 싫어하고, 하지 말라는 것은 기필코 하고 싶어했으므로, 그런 나의 청개구리 성질이 엄마를 힘들게 했을 것이다.

때로는 엄마의 예민하고 거친 성격 때문에 힘들었지만, 나는 엄마의 마음에 나처럼 꿈이 많은 어린이가 살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엄마는 나를 진실로 영원히 사랑하고 계시다. 엄마가 뇌경색을 앓고 나셔서 그런지, 오늘따라 거울 속에 비친 엄마의 모습이 힘이 없어 보였다. 나는 엄마를 꽉 끌어안고, "엄마, 말 잘 듣고 행복하게 행복하게 살게요!" 하며 울먹였다.

엄마보 커버린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