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내리는 눈

2010. 3. 11. 09:00일기

<봄에 내리는 눈>
2010.03.10 수요일

"후아~!" 도저히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파트 현관 밖의 풍경은 말 그대로 하얀 나라였다.

지금까지 나는 '이제 겨울은 끝났어! 지긋지긋한 눈이여! 이제 다음 겨울까지는 안녕!'하고 생각하며 완전히 봄을 맞은 기분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눈이 하룻밤 사이에 아무 데나 밟기만 해도, 허벅지까지 푹푹 빠질 정도로 내리니,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학교 갈 길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도 제대로 된 길이 있기는 하였다. 앞서 간 사람들이 만들어 논 발자국 길, 계곡 사이 흐르는 작은 계곡 같은 길은, 그나마 눈을 밟지 않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방이 엄청난 눈이 쌓인 상태에서, 그 사이 작은 길로 그것도 미끄러운 길로 다니는 것은, 공중 줄타기처럼 위태위태하였다. 또 내리막길에서는 급속히 미끄러져, 저절로 뛰어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본격적으로 학교 가는 길에 접어드니, 아주 좁은 1차선 도로를 엉금엉금 기는 자동차처럼 우리는 걸어야 했다.

미끄러운 길을 걷는 것도 힘든데, 중학교가 반대 방향으로 나 있어서, 지각을 하지 않으려고 뛰어오는 커다란 중학교 선배들과 충돌하는 일이 잦았다. 그때마다 우리를 뚫고 지나가려고 하는 선배들을 온몸으로 막아내야 했다. 오르막길에서는 꼭 공룡이 대이동을 하는 것처럼, 모두가 떨어지지 않게 바짝 붙어 걸었다.

오늘 학교 가는 길은 그야말로, 전투 준비가 안됐을 때 몰아붙인, 심술궂은 겨울의 기습 공격이었고, 학교에 도착했을 때의 성취감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학교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길이 꽝꽝 얼어붙지 않고 눈이 많이 스러져 있었다. 나는 '봄눈 녹듯이~' 라는 말이 그제야 이해가 갔다.

봄에 내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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