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할머니 집

2010. 2. 16. 15:21일기

<설날 할머니 집>
2010.02.14 일요일

"상우야? 상우야? 깨야지?" 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홍알홍알 잠결에 들려왔다. 나는 놀라서 눈을 번쩍 떴다. 내 눈앞에는 엄마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 얼굴로 딱 붙어 계셨다.

엄마는 "어! 진짜로 일어났네!" 하시고서 나한테서 떨어져 이번에는 영우 옆으로 가셨다. 그런데 일어날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정말로 푹 오랜만에 개운하게 잔 것을 나는 알았다.

나는 보통 축농증이라는 병이 있어 밤잠을 설치거나, 자고 일어나도 몸이 무겁고 어지럽거나 부스스한데, 할머니 집에 와서 자니 온몸이 개운한 게 너무 기분이 좋았다. "우와! 정말 개운하다!" 절로 감탄사가 입에서 나왔다. 나는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이불 위에 짠! 하고 섰다. 방에 놓여 있는 책상 앞 닫힌 창문으로, 아름다운 빛이 쏟아져 나오는 풍경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옷걸이에 걸린 내 잠바 오른쪽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시간을 확인하였다. 8시 21분! 할머니, 할아버지께 아침 인사하기에 늦지 않은 시간이었다. 나와 엄마는 화장실도 갈 겸 아래층에 내려갔다. 내려가자마자 아침 준비에 한창 바쁘신 할머니가 보였다. 할머니께서는 일요일 아침 6시 미사에 나가실 정도로 부지런하시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하시고, 늘 공부하신다. 우리 가족도 그런 할머니를 모두 본받고 싶어한다.

나는 할머니에게 고개를 조금 숙여서 "할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 하고 즐거운 아침 인사를 하였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세수를 하고 나오니, 할아버지께서 부엌으로 나와 계셨다. 나는 할아버지에게도 고개 숙여서 "할아버지, 안녕히 주무셨어요!" 하고 다시 반가운 인사를 드렸다. 요즘은 할머니 집에 있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인지, 할머니 집이 꼭 내 집처럼 아늑하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할아버지께서는 "상우, 요즈음은 기침 안 하고 괜찮아?" 하고 물어보셨다. 나는 "그럼요! 요 며칠 약한 코감기가 있긴 했어요. 하지만, 병원에 가보니 의사 선생님께서 그동안 지겹게 앓아왔던 축농증은 다 낳았대요! 지금은 그냥 약한 코감기랍니다! 다 할아버지께서 보내주신 한약 덕분이예요!"라고 말씀드렸다. 할아버지께서는 내가 할아버지 집에서 전에 기침하는 것을 보시고, 한약 소청룡탕을 잔뜩 지어서 택배로 보내주셨다.

할아버지는 이 말을 듣고, 손바닥으로 무릎을 내리치시면서 껄껄껄~ 기쁘게 웃으셨다. 할아버지께서 그렇게 웃으시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었다. 아마 할아버지는 정말로 날 사랑하신 모양이다. 곧이어 아침으로 맛있는 떡국을 할머니께서 차려주셨다. 떡국에는 떡과 고기가 잔뜩 들어 있었고, 할머니는 그 위에 김 가루를 뿌려주시며 "이게 바로 오리지날 떡국이야~!" 하셨다. 가족이 모두 모여 먹는 떡국은 그야말로 새해의 맛이었다! 올해도 이처럼 맛있는 떡국 같은 해가 되기를!

설날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