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했어요! 선생님!

2009. 12. 23. 09:51일기

<감사했어요! 선생님!>
2009.12.22 화요일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느덧 선생님과 함께 공부한 지도 1년이 다 되어 작별해야 하네요. 어제 제가 방학 중에 전학을 갈 거라고 했는데, 그래도 선생님과 2학기 수업까지 마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다행입니다.

이제 저는 전학을 가게 되어, 선생님과 복도에서 마주치는 것조차 못하겠지만, 그래도 선생님의 강렬한 인상은 영원히 못 잊을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니 선생님과 함께 했던 시간 중에, 제가 아팠던 시간이 너무 많아서 죄송하고 마음이 아파집니다.

제가 아파서 땀을 뻘뻘 흘리고, 교실이 흔들릴 정도로 기침을 해대며, 토까지 나오고 난리였을 때, 보다 못한 선생님께서는 저보고 조퇴하고 집에 가서 쉬라고 하셨죠. 하지만, 저는 조퇴가 잦은 게 싫었고, 공부가 하고 싶어서 기침을 애써 억누르며 선생님의 말씀을 끝까지 못 들은 척 했어요.

야속하게 제 몸은 생각대로 기침을 멈추지 않았고, 더 크게 온 학교를 쿠릉쿠릉 울릴 듯이 터지고 말았답니다. 선생님께서는 제게 화를 내시며 "상우야, 집에 가! 집에 가서 쉬어~!"라고 높게 뚜벅뚜벅 단호하게 소리치셨죠. 사실 그때만 생각하면 너무 비참해서 어이없는 웃음이 나와요. 그런데 말이죠, 이상하게 전 그런 선생님이 존경스러웠어요. 우둔한 제자의 고집을 호령으로 꺾으시는 선생님의 마음이 제 마음을 흔들었답니다.

제가 전학을 간 뒤 삼숭초등학교에서 보낸 5학년을 떠올리면, 나를 생각하고 집에 가라고 외치셨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제일 먼저 귓가에 들려서 정신이 퍼뜩 들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몸이 심하게 아픈 상태에서 수업을 받으면 공부는 공부대로 안 되고, 건강은 건강대로 안 좋아져!" 하신 말씀 잊지 않겠습니다. 저는 5학년의 경험을 토대로 반드시 건강을 지킬 거예요!

그래도 제가 항상 아픈 것 만은 아니었나 봐요. 선생님께서 제가 기침을 안 하고 아프지 않다고 활짝 웃으셨던 기억이 밝은 그림처럼 떠오르기 때문이죠! "상우가 오랜만에 기침을 안 하니까 너무 좋다!" 하시며 눈과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으셨죠. 비가 개고 떠오른 맑은 햇살 같은 선생님 웃음을 보고 저는 또 얼마나 감사하고 미안했는지 모릅니다. 아마 선생님은 올 한해 저를 가르치시느라 많이 힘드셨을 거예요.

제가 선생님이었다면, 그렇게 지겹도록 아픈 아이를 돌보기 어렵고 지쳐서 아마 병이 났을 것입니다. 이 못난 제자를 끝까지 믿어주시고 지켜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께서도 겨울 방학을 맞이하여 푹 쉬시고, 가족과 함께 행복을 마음껏 누리시기를 바랄게요. 먼 훗날 선생님께서 저를 보시고 '녀석, 그렇게 아파서 속 썩이더니 참 잘 컸네!' 하실 수 있도록 튼튼하고 지혜로운 상우가 될 것입니다! 감사했어요, 선생님! 사랑합니다! 고지연 선생님!

감사했어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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