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나게 추운 날

2009. 12. 16. 09:00일기

<끝장나게 추운 날>
2009. 12.15 화요일

계단 청소를 마치고 교실을 나섰는데, 이미 아이들은 집에 가고 복도엔 아무도 없었다. 복도 창틈마다 차가운 바람이 위이잉 하고 새어나올 뿐!

바람은 복도를 물길 삼아 돌다가, 가스가 새듯이 흘러들어 복도 안을 불안하게 워~ 돌아다녔고, 나는 이 바람이 몸을 스르륵 통과하는 유령처럼 섬뜩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신을 때, 내 몸은 눈사태 같은 추위에 파묻혀버렸다. 나는 추위에 쪼그라든 몸을 최대한 빨리 일으켜 얼음처럼 딱딱한 신발을 후닥닥 갈아신었다. 정문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내려갈 때 내 몸은, 바람에 밀리는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바람을 가르는 운석처럼 타타타타~ 굴러 떨어졌다.

그러자 정문은 괴물처럼 입을 쩍 벌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더 큰 바람을 쿠후우와~! 미친 듯이 쏟아부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돌덩이처럼 무거웠다. 차가운 바람이 계속 볼을 찰싹찰싹 때리니, 얼굴이 피부병에 걸린 것처럼 쓰려 왔다. 안경이 너무 차가워서 안경을 벗으려 하니까, 바람이 눈을 사정없이 찔러 대는 바람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후드 티에 달린 모자를 눌러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날카로운 손톱으로 맹수가 귀를 잡아 뜯는 것 처럼 눈물이 났고, 잠바 속에 두 손을 집어넣으면, 차가운 물에 담그듯 시리기만 했다. 길거리의 가로수는 나무가 아니라, 차가운 쇠막대기를 아무렇게나 삐죽하게 구부려서 푹 박아놓은 것처럼 해괴 해보였고, 집 앞 놀이터는 전쟁이 끝나 폐해 속에 남은 얼어붙은 유적 같았다.

드디어 집으로 향하는 언덕 오르막을 오를 때, 바람은 작정을 하고 나를 떨어뜨릴 것처럼 쿠오오오! 언덕 전체를 휩쓸었다. 불과 얼음 폭탄을 번갈아 맞은 것처럼 무감각해져서, 나는 저 멀리 보이는, 천보산 나무 머리를 쓰다듬는 햇살을 잡으려는 사람처럼, 툭, 닥, 툭, 닥! 마지막 힘을 다해 올랐다. 결코, 오르지 못할 산봉우리에 폭포를 거꾸로 올라온 것처럼 만신창이가 되어 집에 도착했을 때, 엄마는 나를 보고 놀라셨다.

"세상에! 너, 부, 불에 데었니? 얼굴이 끔찍하구나!" 나는 가방과 신발 주머니까지 얼어붙어 몸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았고, 한동안 그대로 동상처럼 현관 앞에 서 있어야 했다. 어떻게 떼어내듯 옷을 벗고 손을 씻고, 마루에 깔아놓은 이불 속으로 들어가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 누우니 눈이 점점 무거워지고, 온몸에 박혀있던 얼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이 한 번 부르르 떨렸다. 눈앞이 가물가물해지고, 반쯤 세우고 있던 팔이 서서히 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곧 나는 툭! 잠에 빠져버렸다.

끝장나게 추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