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 희망

2009. 11. 10. 09:00일기

<장래 희망>
2009.11.09 월요일

우리 반은 지난주, 말하기 듣기 쓰기 시간에 <장래 희망>이란 시를 공부했다. 이 시의 내용은 이렇다. 아버지가 문 짜는 공장 직공인 주인공은, 사회시간에 장래 희망을 발표한다. 나도 아버지의 직업을 물려받아 문 짜는 기술자가 희망이라고.

그러자 반 아이들이 그게 무슨 희망이냐고 모두 비웃는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앞뒤 생각 없이 대통령, 국회의원, 의사, 변호사 하는 것보다 백배, 천배 나은 꿈이라며 칭찬하시고, 주인공은 그제야 어깨를 편다는 내용의 시다.

그리고 숙제로 똑같은 제목의 시를 써서 오늘 발표하기로 했다. 드디어 선생님께서 "90쪽 펴기 전에 지난번에 했던 숙제 89쪽 펴보세요! 자아~ 9번!" 하셨다. 마침 내가 딱 걸렸다. 나는 내가 공들여 쓴 장래 희망이란 시를 더듬더듬 읽기 시작했다.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건강한 몸이 당연하지만 얼마나 축복스러운지..." 내가 머뭇거리며 시를 읽으니까, 선생님께서 "상우야, 잠깐! 다시 한번 크게 읽어주지 않을래?" 하셨다. 오늘따라 내 마음은 양처럼 떨렸다. 내가 쓴 시를 읽는 동안 마음 한구석이, 오랫동안 축농증과 중이염으로 고통스러웠던 시간이 밀려와, 차가운 바람이 쌩~ 하고 지나가는 것처럼 자꾸 흔들렸다.


<장래 희망>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이러다
건강한 몸이 당연하지만                            평생 책벌레로 썩는 건 아닐까?
얼마나 축복스러운지.                               차라리 바람이 되어
                                                            조용히 사라지고 싶어.
내가                                                      혼자 울다가도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은                          
앞뒤 생각 없이                                        아니야, 여기서 주저앉을 순 없어!
좋은 자리만 탐하려고                               이 세상에
가진 꿈이 절대 아니다.                             나보다 더 아픈 사람
                                                            그 고통 그 마음
건강한 아이들은 모를 것이다.                    외로움
1년 내내 잔기침에                                    내가 잘 알아.
지끈지끈한 머리에                                   의사가 되어 꼭 치료해주고 싶다.
교실 바닥에 토하고
들끓는 가래로 잠 못 이루고
내 폐가 잘못된 건 아닐까?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신나게 뛰놀고 싶어.
기침 쿨룩쿨룩 거리며
남들한테 피해나 주고
부모님과 선생님 걱정들을 때마다
한 번 더 마음은 찢어져


우리 반 아이들은 모두 건강해서, 내 시가 와 닿지 않았는지 시큰둥한 반응이었지만, 선생님께서는 "실제로 주위의 의사 선생님들을 보면, 어렸을 때 심하게 아팠거나, 혹은 가족, 친척이 아픈 것을 보며 의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아마 상우도 훌륭한 의사 선생님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며 나를 격려하셨다. 나는 시를 읽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마음이 뜨거웠다. 마음 한구석에 났던 차가운 길도 녹는 것 같았다.

장래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