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밤, 모깃불을 피워요!

2009. 7. 29. 09:07일기

<여름 밤, 모깃불을 피워요!>
2009.07.25 토요일

밤이 되자 텐트촌은 모기들이 나타나 시끄러웠다. 텐트촌 관리 아저씨가 가르쳐준 방식대로, 여기저기서 모깃불을 피우느라 바빠졌다. 나도 아저씨를 따라다니며 모기불 피우는 법을 익혔다.

텐트촌 가장자리에, 마른 소나무 잔가지가 짚더미처럼 수북이 쌓여 있는 데가 있다. 우리는 거기서 소나무 잔가지를 한 아름 주워들었다. 아빠는 우리 텐트 앞마당에 흙을, 꽃삽으로 싹싹 파서 둥근 구덩이를 만드셨다.

우리는 그 구덩이에 소나무 잔가지들을 넣었다. 그런 다음 아빠는 권총같이 생긴 화염 방사기의 끝을 잔가지에 겨냥하고 방아쇠를 딱~ 당겼다. 불은 한 번에 나오지 않고, 몇 번을 딱딱딱딱 하니까, 기다란 총 끝에서 시퍼런 불이 튀어나와 소나무 잔가지들을 감쌌다. 소나무 잔가지들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가장 가운데는 검은색, 가운데 주위는 새빨간 색, 바깥 부분은 주황색을 내며 타오르자, 우리는 불을 처음 발견한 원시인들처럼 놀라서, 히야~ 입이 벌어졌다.

불을 이렇게 가까이서 처음 본 영우는 "와~ 캠프 파이어같다!" 하며 흥분한 나머지 콧구멍을 벌떡거렸다. 우리는 불 앞에 바짝 붙어서, 눈이 빨간 구슬처럼 커져 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나 불은 곧 사그라졌다. 타고 남은 잔가지들의 끝 부분이, 빨간 점 같은 불씨를 촘촘 남기며 꼬부라져 갔다.

문제는 불이 꺼져도 안 되고, 불이 너무 활활 타올라도 안되고, 계속 불을 유지하면서 연기를 피워야 모기가 접근을 못 한다. 우리는 부랴부랴 잔가지 더미로 달려가, 잔가지를 더 집어와서 구덩이에 집어넣고, 또 불을 피웠다. 불은 또 사그라졌다.

이번에 아빠는 고기를 굽느라 까맣게 타버린 그릴에, 제법 굵고 단단한 나뭇가지를 잔뜩 넣고 불을 피우셨다. 그랬더니 불은 크게 확 일어났다. 우리는 흥분해서 나뭇가지를 하나씩 줏어들고, 우릴 집어삼킬 듯한 기세로 타오르는 불길에 쓱 집어넣었다. 나뭇가지를 잡은 손이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것처럼 뜨거웠는데도, 우리는 나뭇가지 끝에 붙은 불을 빙빙 휘둘렀다.

그랬더니 횃불 놀이 할 때처럼 아름다운 불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그때 "얘들아, 불장난 하지마! 불이 너무 세잖아!" 하고 엄마가 소리치셨다. 진짜 램프에서 솟아나오는 거인처럼, 빨간 불이 엄청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생수통의 물을 입안에 가득 물었다가, 한 번에 뱉어내지 않고 방귀 소리를 내듯이 푸우~ 뿌우욱~ 하고 여러 번 나누어 불에다 튀겼다.

불이 줄어들면 소나무 가지를 모아다 집어넣고, 세지면 물을 품어 식히기를 쉬지 않고 계속했다. 우린 그렇게 연기를 맡으며 눈과 코가 매워 콜록거리다가, 침을 뱉고 묻기도 하면서 모깃불을 지켰다. "형, 정말 신기한 것 같지 않아?", "그래, 불은 인류의 가장 큰 발견 중 하나란다!" 우리는 다른 텐트가 불을 끄고 다 잠들 때까지 마주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람을 타고나는 모깃불사이로, 파란 별과 한여름밤의 보석 같은 반딧불이가 우리 곁에 머무는 것을 보면서...

여름 밤, 모깃불을 피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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