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토스트

2009. 7. 5. 10:21일기

<불타는 토스트>
2009.07.03 금요일

드디어 기말고사를 마치고, 나는 날개를 단 기분으로 학교 앞, 피아노 학원이 있는 상가 1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 15분, 지금 가서 줄을 서면 과연 먹을 수 있을까?

오늘 상가에서 '불타는 토스트'라는 가게가 문을 여는데, 개장하는 날 특별 이벤트로 낮 12시부터 선착순 200명까지 햄 토스트를 무료로 준다는 광고를, 아침부터 나는 눈여겨보았었다.

상가 앞엔 벌써 공짜 토스트를 먹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뱀처럼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 줄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이 아이들이었다. 이미 줄이 꽉 차 있어서, 나는 줄에 서야 할 지, 말아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은 채, 줄에 섰다 나갔다를 반복하였다.

그 사이에 우리 반 성환이와 인호가, 노릇하고 두툼한 토스트를 받아 들고 입에 물고 나오면서, 나에게 손은 흔들었다. 나는 갈수록 줄이 점점 더 늘어나는 걸 보고, '그래, 먹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하며 마음을 굳히고 줄에 끼어들었다.

'이런 기회는 별로 없을 거야!' 하고 생각하며 그때부터 더위를 참아가며 꿋꿋이 줄을 섰다. 뜨겁고 고소한 토스트 냄새가 상가에 진동했고, 기름을 두르면 지글지글 익는 토스트처럼, 내 몸도 지글지글 땀이 흘렀다. 줄을 선 아이들도 땀 냄새, 기름 냄새에 녹을 듯이 흐물거렸다. 어떤 아이는 욕을 하면서도 끈질기게 차례를 기다렸다.

어느덧 나는 토스트를 받으려고 가게 문앞에 섰다. 토스트 굽는 아저씨의 이마에선 폭포처럼 땀이 흘러내렸다. 네모난 불판에 버터를 차아~ 두르고 식빵을 얹고, 계란을 터뜨려 노릇하게 굽고, 햄을 얹어 착착 완성된 토스트를, 아저씨는 두꺼운 종이로 둘둘 말아 자랑스럽게 내미셨다.

불타듯 뜨거운 토스트를 뿌듯하게 받아들고 나는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홋홋~ 불며 여유있게 걸어나오는데, 이제 막바지인 듯한 줄에 동생 영우가 서 있는 걸 보았다. "영우야! 꼼짝 말고 서 있어! 줄이 끝나가!", "형아, 기말고사 잘 봤어?", "그래~ 우선 줄부터 서렴!" 나는 이상하게 웃음이 나오면서도 영우가 거기 있다는 게 마음에 걸려, 토스트를 먹지 않고 영우가 토스트를 받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늘을 찾아 눅눅해진 토스트를 영우와 함께 먹었다.

불타는 토스트